당사자보다 더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35)은 그 누구보다 따랐던 이대호(40)의 은퇴 시즌에 진심이었다.
올해 롯데는 이대호의 은퇴와 함께 시즌이 흘러갈 전망이다. 계약 마지막 시즌 이미 은퇴를 예고한 상황이다. 롯데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은퇴에 구성원들은 모두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떠나는 대선배와 함께 치르는 마지막 시즌을 그저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
특히 이대호를 누구보다 따르고 막역하게 지내온 정훈의 감회는 남다를 수 있다.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1년 만에 방출, 그리고 아마추어 코치를 거쳐서 롯데에 다시 육성선수로 입단한 정훈이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에 입단한 뒤에는 슈퍼스타이자 대선배인 이대호에게 ‘선을 넘지 않는’ 장난을 치면서 이대호의 노하우를 습득하려고 했다. 그 결과 이대호와 둘도 없는 사이가 됐고 현재까지 버텨서 이대호와 함께 타선을 꾸리고 있다.

이대호와 정훈이 가을야구에 함께했던 적은 2017년이 유일하다. 이대호가 최절정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고 롯데 역시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던 2010~2011년에는 정훈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정훈은 당시 육성선수로 입단해 다시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2017년 이대호가 금의환향한 시즌에 준플레이오프에 함께 나선 바 있다.
짧고 단편적인 기억만 남아 있는 정훈과 이대호의 동반 가을야구다. 그렇기에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의 가을야구가 더 절실하다. 정훈은 “나이가 들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진다. 최근 몇년 동안 집에서 가을야구를 계속 지켜봤다. 일단 팬분들에게 너무 죄송스럽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가을야구 무대를 누비는 친구들, 선후배들이 많다. 저런 긴장감 넘치고 쫄깃한 승부를 펼치는 자리에서 대호 형이 은퇴하기 전에 함께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늘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부족했다”라면서 “올해는 정말 하늘에 기도라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대호 형이 은퇴하는 시즌 가을야구는 꼭 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할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라고 간절하게 말했다.
단기전에서도 자신있다는 정훈이다.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많다”라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목표다. 올해는 어떻게든 더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무리 하고 싶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가장 마지막에 롯데와 3년 18억 원의 계약을 맺은 정훈이다. 계약 과정에서 팬들의 응워원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계약하는 과정에서 팬들의 너무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라면서 "그동안 팬서비스 같은 부분이 제가 부족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부분도 놓치지 말자고 생각을 했다"라고 다짐했다.
"데뷔 첫 해 방출 당했을 때만큼 올 겨울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정훈에게 팬들의 격려와 응원은 큰 힘이었다. 남은 계약 기간 3년 동안 어떻게든 보답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힘들 때 격려를 받다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며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최대한 이기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팬 분들에게 사인을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어드리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팬들의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