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수식어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토론토에서 3번째 시즌을 앞둔 류현진(35)이 1선발 욕심을 내려놓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장기화로 미국 출국 일정을 미룬 류현진은 3일 친정팀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거제 하청스포츠타운에 합류했다. 한화의 협조와 배려 아래 직장 폐쇄가 풀리기 전까지 같이 몸을 만들 계획이다.
정상 일정이라면 벌써 미국에 갔어야 할 시기. 2월 중순 캠프가 시작돼 시범경기를 거쳐 4월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일정이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새로운 노사단체협약(CBA) 체결이 늦어지면서 선수들의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답답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모든 구단 시설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쉽다. 선수들에게 한 시즌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노사 갈등)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 개막을 가정해 일정을 짜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후배 장민재, 김기탁(이상 한화), 이태양(SSG)과 미니 캠프를 치렀다. 그는 “지금 시기에 맞게 준비를 하고 있다. (직장 폐쇄가) 언제 풀릴지 모르겠지만 선발투수로서 투구수에 맞춰 계획대로, 순리대로 진행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31경기에서 169이닝을 던지며 팀 내 최다 14승(10패)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4점대(4.37)로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으로 1경기만 던진 2016년(11.57)을 제외하면 커리어 첫 4점대 평균자책점. 후반기 14경기 6승5패 평균자책점 5.50으로 무너진 게 아쉬웠다.

류현진은 “초반에 좋았는데 (후반기) 한 달 반 정도 아쉬웠다. 나도 팀도 아쉬운 시기였다.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해였다”며 “올해는 슬럼프가 와도 최대한 짧게 갔으면 좋겠다. (안 좋을 때) 빠르게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이 주춤한 사이 토론토는 지난해 로비 레이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으며 에이스로 도약했다. 레이가 FA 자격을 얻어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했지만 토론토는 FA 투수 케빈 가우스먼을 5년 1억10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지난해 7월 트레이드로 데려온 호세 베리오스와도 7년 1억31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다. 2019년 12월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FA 계약한 류현진의 몸값은 이제 팀 내 투수 3위로 밀려났다.
토론토 지역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서도 더 이상 류현진은 1선발로 꼽지 않는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안 쓴다. 처음 토론토에 가서 개막전 선발을 했을 때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항상 했던 말이지만 첫 번째나 다섯 번째나 같은 선발이고,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1선발 욕심과 자존심을 내려놓은 류현진은 비시즌 어느 때보다 쉬는 날을 짧게 가져가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 어느덧 빅리그 데뷔 10년차가 된 그는 “항상 시즌 전에 평균자책점을 얘기한다. 선발투수라면 평균자책점과 30경기 등판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재차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