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우승팀 필승조→첫 억대 연봉, 롯데서 방황하던 투수의 대반전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2.04 04: 23

롯데 자이언츠에서 오랜 시간 방황하던 그 투수가 맞나 싶다. 박시영(33·KT)이 통산 평균자책점 6점대의 그저 그런 투수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수준급 필승조로 환골탈태했다.
KT 위즈가 지난 3일 공개한 2022시즌 주요 선수 연봉 계약 현황에 따르면 박시영은 2021시즌 6800만원에서 76% 인상된 1억 2000만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2008년 프로 지명 후 무려 14년만에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라선 그다.
제물고포를 나와 2008 2차 4라운드 3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시영은 10년이 넘도록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43경기 평균자책점 4.23을 남긴 2019년을 제외하고 별다른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면서 2020년 12월 신본기와 함께 트레이드로 KT맨이 됐다. 롯데 시절 기록은 191경기 6승 8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18. 사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박시영보다 신본기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게 사실이었다.

KT 박시영 / OSEN DB

그랬던 박시영이 이강철 감독을 만나 새로운 투수로 재탄생했다. 작년 5월 초 1군에 처음 올라와 7경기 1승 평균자책점 2.57로 새 팀 분위기를 익힌 그는 다시 2군으로 향해 3주의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복귀전인 6월 18일 두산전부터 위력투를 뽐내더니 후반기 2승 8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팀의 극적인 정규시즌 첫 우승에 공헌했다. 5선발, 패전조, 추격조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던 그가 1위팀 필승조로 거듭난 것이다.
불펜 과부하가 잦았던 KT는 박시영의 등장으로 보다 유동적이면서 탄탄한 뒷문 운영이 가능해졌다. 원래는 기록 상 좌타자에게만 강점이 있었지만 구위가 좋아지면서 우타자에게도 위력적인 투수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작년 후반기 “(박)시영이는 좌우 상관없이 투입할 수 있는 투수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시영은 11월 18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도 출전해 ⅔이닝 무실점으로 첫 포스트시즌 홀드를 수확했다. 팀이 두산을 4경기만에 제압하면서 생애 첫 우승반지까지 거머쥐었다.
박시영은 올해도 KT 불펜의 중심이다. 지난해 48경기 3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40으로 자신감을 찾은 만큼 올해 더 나은 투구가 기대된다. 올 시즌 역시 선발투수 교체 직후 6~7회에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수준급 투수의 상징인 ‘억대 연봉자’라는 타이틀을 등에 업은 채 공을 뿌리게 됐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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