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20년 후배에게 존칭을 붙이다...26년 최고참 코치의 품격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2.04 10: 36

“초중고 20년 선배님이신데…”
롯데 자이언츠의 코칭스태프 파격 인사는 스프링캠프 초반의 화제다. 만 39세로 지도자 경력 3년차에 불과한 문규현 코치가 수석코치 자리에 올랐기 때문. 래리 서튼 감독이 2군 감독을 거쳐 1군 감독으로 부임할 때까지 문규현 코치도 곁에서 함께했고 비교적 젊은 나이로 선수단과의 가교 역할을 잘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서튼 감독은 “한국에서는 보통 경험이 많은 베테랑 코치가 수석코치를 맡게 된다. 한국에서 나이를 중시하는 문화는 무시할 수 없다”라면서도 “나이를 존중하지만 그래도 (문규현 코치는)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3년간 코치를 맡으며 경험을 많이 쌓았다. 수석코치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서튼 감독이 한국 야구의 나이 중심 문화를 언급한 것은 문규현 코치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과 경험이 월등한 김평호(59) 1군 외야 수비 및 작전 주루코치가 있기 때문.
김평호 코치는 1996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해서 올해까지 26년의 세월을 지도자로 보냈다. 정수근, 이용규, 김상수, 박해민 등을 도루왕으로 이끈 ‘도루왕 조련사’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나이를 잊은 열정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언제나 공부하는 코치로도 유명하다.
‘코치들의 코치’ 역할을 기대하며 구단이 모셔온 김평호 코치를 뒤로하고 사령탑의 선택을 받은 문규현 코치다. 직위 자체는 문규현 코치가 더 높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문규현 수석 코치와 김평호 코치는 전북 군산초-군산남중-군산상고 학연으로 얽혀 있다.
문규현 코치도 현재 상황이 난감하다. 그럼에도 김평호 코치는 문규현 코치를 향해서 ‘수석 코치님’이라는 존칭을 붙인다고. 문규현 수석 코치는 “초중고 20년 선배님이시다. 그럼에도 존칭을 해주신다. 저를 많이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주루코치로 유명하지만 수석코치 경험도 보유하고 있고 잠시나마 감독대행 역할도 맡은 바 있다. 문규현 코치는 이런 김평호 코치를 멘토로 삼으려고 한다. 김평호 코치도 팀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문 코치는 “(김평호 코치님께서)정말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많이 도와주시고 훈련 플랜 같은 것을 짤 때 조언은 많이 해주시는데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라면서 “또 김 코치님 같은 경험 많은 분이 옆에 계시니까 나경민, 백어진 코치도 자연스럽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김 코치님께서 ‘정말 힘들 것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도움의 손을 내밀면 잡아주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초중고 선배에 더해 수석코치 선배까지 하게 된 김평호 코치를 향해 감사 인사와 존경심을 재차 표현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