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모든 팀들이 부러워하는 선발투수진을 자랑한다. 지난해 KT가 거둔 76승 중 53승이 선발승으로 리그 최다. 선발 평균자책점(3.69)도 리그 1위였다. 퀄리티 스타트도 최다 76번으로 전체 경기의 절반 이상이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선발투수진이 올해도 보존됐다.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와 함께 ‘토종 트리오’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까지 5인 선발 그대로 새 시즌을 맞이한다. 5명의 투수 모두 10승 경험이 있는 검증된 선발들로 10개 구단 통틀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올해는 5인 선발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지난해 시즌 중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엄상백이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선발 후보로 캠프부터 준비한다. 롱릴리프로 쏠쏠히 활약한 김민수도 예비 선발 후보로 있다. 6명에서 추가로 1명까지 최대 7명의 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 범주에 든다.

부산 기장군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이강철 KT 감독은 “엄상백까지 선발은 6명을 생각한다. 김민수도 긴 이닝을 던질 수 있게 준비한다”며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있다. 소형준이 잘하면 뽑힐 수 있으니 거기까지 생각해야 한다. 아직 결정은 안 했지만 선발 6명을 돌려쓸까 생각한다”고 마운드 구상안을 공개했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와일드카드 선수 3명을 제외하면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차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다. 자격을 갖춘 소형준은 대표팀 유력 후보. 올해는 아시안게임 기간 시즌 중단을 하지 않기로 한 만큼 엄상백과 김민수까지 선발 자원이 된다면 소형준이 빠진 기간 선발진을 유연하게 가동할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KIA 투수코치 시절인 지난 2009년 6인 선발 체제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당시 KIA는 아퀼리노 로페즈, 릭 구톰슨, 윤석민, 양현종, 서재응으로 기본 5인 선발에 이대진과 곽정철이 6선발로 번갈아 돌았다. 이 감독은 “그만큼 선발들이 능력이 있었고, 중간투수 소비가 적었다”고 돌아봤다. 선발들이 이닝을 길게 끌면서 불펜 과부하를 막았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6선발 체제는 이상적인 그림이다. 투수 자원이 풍부한 일본프로야구는 6선발 체제가 자리잡았지만, 늘 투수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언감생심이었다. 투수들마다 다른 특성도 다뤄야 한다. 휴식이 너무 길면 루틴이 깨져 컨디션 조절이 어려운 투수들도 있다.
이 감독이 고민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KT에는 4일 휴식 로테이션을 고수하는 ‘고무팔’ 데스파이네가 있다. 이 감독은 “데스파이네가 있어서 아무 것도 못하겠다”며 웃은 뒤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을 고수하면) 15일에 한 번 나가는 투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점 때문에 고민이다”고 했다.

하지만 5인 선발 구성도 벅차 고민인 팀들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선발 왕국의 위엄이기도 하다. 이 감독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엄상백은 중간으로 쓰기에 스태미나가 좋다. 잘 준비해서 시범경기까지 돌려보고 시즌 전까지는 (6선발 체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