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은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하는 구자욱과 5년 최대 총액 120억원(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0억원)에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12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2015년부터 1군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3할1푼5리(3344타수 1054안타) 118홈런 562타점 653득점 104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 타율 3할6리(543타수 166안타) 22홈런 88타점 107득점 27도루로 데뷔 첫 20-20 클럽 가입은 물론 타이틀 획득(득점 1위),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삼성은 구자욱이 야구 실력은 물론, 향후 팀의 중심이 될 리더십을 갖춘 선수라는 판단으로 다년 계약을 추진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타 구단 이적 추세가 늘어나는 가운데 구자욱이 삼성과 5년간 함께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표적인 댓글을 몇 개 살펴보자.
"자랑스러운 우리의 푸른 피".
"삼자욱 끝까지 영원하자!!!".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만 쏙쏙 골라서 하는 구자욱 종신 삼성 가자".
"역시 자욱이는 파란색이 가장 잘 어울려".
"삼성 떠난다는 생각도 안 했다는 빛자욱 그는 정말 ㅎㅎ".

4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구자욱은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렇게 말했다. "저 또한 어릴 적부터 삼성 팬이었다. 관중석에서 야구를 많이 봤었는데 팬들의 마음으로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걸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예비 FA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구자욱은 돈보다 의리를 택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대구를 떠나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작과 끝 모두 여기였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야구를 해왔다. 타 구단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타 구단 이적은 생각해본 적 없다. 그래서 FA 신청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구자욱은 또 "FA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삼성 잔류라는) 선택은 변함 없었다. 타 구단에서 더 좋은 조건이 오더라도 삼성에 남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영원한 라이온즈맨'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구자욱은 "계약 후 FA 신청하지 않고 은퇴하는 선수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굉장히 멋지고 제가 첫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FA 대신 다년 계약으로 은퇴하는 그날까지 삼성에 남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무대에 진출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구자욱. 가을 잔치가 이틀 만에 막을 내렸을 때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팀과 개인 모두 빛나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랐다.
"작년에 팀이 잘했기 때문에 제가 빛났다고 생각한다.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렀다면 제가 빛날 수 없었을 거다. 올해는 팀도 저도 빛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모든 부분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는 게 저의 작은 소망이다". 구자욱의 말이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