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이 많았으면” 혹사 자처한 37세 베테랑, 그의 불꽃은 죽지 않았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2.05 13: 19

임창민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2022.02.03 /  soul1014@osen.co.kr
37세 베테랑투수 임창민의 불꽃은 아직 죽지 않았다. 오히려 두산 베어스라는 새로운 팀을 만나 활활 타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두산과 연봉 1억2000만원에 계약하며 현역을 연장한 임창민. 최근 이천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처음 본 선수들이 많아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동료들이 도와줘서 적응을 잘하고 있다. 배영수, 정재훈 코치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투수조장 홍건희가 이것저것 전달해주려고 노력을 한다”고 두산에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임창민은 지난 2008 현대 2차 2라운드 11순위 지명을 받은 15년차 우완 베테랑투수. 전성기는 NC 시절이었다. 히어로즈-넥센을 거쳐 2012년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다이노스에 입성해 9년 동안 꾸준히 뒷문을 담당했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25세이브(총 86세이브)를 달성했고, 2020년 창단 첫 통합우승에 이어 작년에도 46경기 17홀드 평균자책점 3.79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방출이었다. NC 구단의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따라 지난해 11월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의도치 않게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그런 그에게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2018년 팔꿈치 수술 이력과 적지 않은 나이로 현역 연장이 쉽지 않았지만 억대 연봉과 함께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향한 명문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임창민은 “팀에서 방출이 되면 보통 그 선수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평가하는데 그걸 깨고 싶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그런 걸 받아들이는 게 쉽진 않다”며 “아직도 내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두산 임창민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2.02.03 /  soul1014@osen.co.kr
두산에서도 NC 시절처럼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임창민은 “아직까지도 투수는 경기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쓰임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며 “과거 김경문 감독님 밑에서 공을 많이 던졌다. 사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매운맛도 아니다. 다만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허)경민이가 말실수한 것 같다고 했다”고 웃었다.
NC 시절 두산은 그에게 어떤 이미지였을까. 임창민은 “상대방 입장에서 밉게 야구를 한다”며 “그런데 두산에 와보니 밉지 않다. 모두가 따뜻하고 재미있는 선수들이다. 확실히 좋은 팀워크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투수가 새 팀에 적응하기 위해선 포수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최근까지 양의지와 배터리를 이룬 그는 이제 박세혁이라는 새로운 주전 포수와 합을 맞춰야 한다. 임창민은 “(박)세혁이는 포수 치고 그라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그런 스타일이 편하다. 계속 하다보면 더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바라봤다.
임창민은 오는 3월 28일 잠실에서 친정 NC와 첫 시범경기 맞대결을 펼친다. 정규시즌은 4월 26일 잠실 경기가 첫 만남이다. 정든 동료들을 적으로 상대하는 기분은 어떨까.
임창민은 “그래도 나는 NC 후배들을 잘해준 선배였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후배들이 독기 없이 날 상대하지 않을까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두산에서는 마운드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서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사실 NC 시절에도 임창민은 그런 형이자 선배였다.
임창민은 "현재 1군 캠프에서는 내가 최고참이다. 때문에 팀에 적응하면서 선수들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실력도 그렇고 인성, 생활 면에서도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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