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두산에서 연습생으로 출발해 100억원대 스타 선수로 재탄생한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인 LG 외야수 김현수 /OSEN DB
지금까지 이런 프로야구 스토리는 없었다. 프로야구단 운영의 한축을 맡아 3년 프로젝트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마침내 목표를 이룬 야구단 임원이 직접 밝힌 비법이다. 한국프로야구 40년사에 야구단 경영진이 팬들의 야구단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에세이로 펼쳐낸 것은 처음이다. 프로야구단의 고위 임원으로 지내면서 팀을 어떻게 강팀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 과정 하나씩을 세밀하게 풀어내 팬들에게 알려주는 첫 작품인 것이다. 물론 유진은 필명이고 등장인물은 가명으로 썼다. [편집자주]
-그라운드의 영웅은 ‘절박함’으로 만들어진다

W구단은 K구단과의 경기에서 7회까지 6대 4로 끌려가고 있었다. 2019년 5월 어느 날 이었다. 하지만 8회초 K구단의 불펜투수들이 흔들리면서, 2사 만루를 만들었다. K구단은 이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마무리투수인 심진식 투수를 등판시켰다. 그러자 W구단 김강혁 감독은 얼마 전 K구단에서 이적해온 장용식 선수를 대타로 기용하였다. 장용식선수가 최근 타격감도 좋지만, K구단에서 같이 훈련을 해온 심진식 투수의 공을 잘 알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장용식 선수는 ‘욕심내지 말고, 정확하게만 타격하자.’고 되뇌면서 타석에 들어섰다. 심진식 선수가 주로 직구와 포크볼을 던진다는 것을 알고 있던 장용식 선수는, 직구만을 노리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2개의 유인구성 포크볼에는 미동도 하지 않다가, 드디어 3구째로 들어오는 직구를 받아 쳤다. 베이스에 있던 3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3루타가 되었다. 그렇게 장용식 선수는 이날 경기의 영웅이 되었다.
장용식 선수는 K구단의 어느 선수보다 열심히 운동을 했다. 빨리 1군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30살의 선수가 퇴출되지 않으려면, 1군에서 성적을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2018시즌 퓨처스리그(2군) 올스타 선수로 선발되기도 하였다. 노력한 만큼, 1군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1군에서 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시즌 내내 1군에서 겨우 13타석만 들어설 수 있었다. 그만큼 K구단의 외야는 타 구단에 비해 경쟁이 심했다. 장용식 선수의 나이를 감안하면, 2019시즌에도 K구단에서 1군으로 등록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구단은 한살이라도 젊은 선수가 성장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라고 했던가! 그 동안 야구를 그만두어야만 할 만큼, 수많은 좌절의 시기를 헤쳐나온 장용식 선수 아닌가!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만이 장용식 선수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11월 어느 날 한참 훈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 K구단의 서상철 운영팀장이 장용식 선수를 불렀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서상철 팀장이 자신을 따로 부르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운영팀장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서팀장의 얼굴은 자못 심각한 모습이었다.
“장용식선수, 금년 시즌에 맘 고생이 심했지? 단장님과 감독님이 상의해서, 장선수를 W구단에 무상으로 트레이드 하기로 했어. 순수하게 장선수의 앞날을 위해서 한 결정이야. K구단보다는 W구단의 외야 선수 층이 얇아서 기회가 많을 거야.”
서팀장은 평상시에도 제일 열심히 훈련을 하는 장용식 선수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30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1군에서 빨리 자리잡아야 프로야구계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K구단의 윤경만 단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장용식 선수가 1군에서 뛸 기회가 많은 W구단에 보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장용식 선수는 당황스러웠다. 슬퍼해야 할 지, 아니면 좋아해야 할 지… 문득 야구선수로서 고생스러웠던 지난 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대학교 4학년때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면서, 프로야구 지명을 받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이어서, 대학교 졸업 후에도 지명을 못 받은 것이다. 하지만 장용식 선수는 좋아하는 야구를 그만둘 수 없어서, 일산에 있는 독립구단에서 뛰었다.
장용식 선수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른발의 부상이 재발하면서 야구를 그만두어야만 했다.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가난한 집안 형편상 아르바이트를 겸할 수밖에 없었다. 우유 배달, 신문 배달, 피자 배달, 중국집 주방일, 심지어는 술집 웨이터까지.
어쩔 수 없이 야구를 그만두었지만, 야구에 대한 자신의 꿈은 접을 수 없었다. 사회복무요원을 마친 뒤에, K구단에 육성선수로 입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다. 육성선수로 3년이 지난 2017년 1군 주전 외야수였던 이강석 선수가 부상을 입으면서, 1군 경기장을 처음으로 밟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때 나이가 29살이었다. 1군에 올라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방출대상이 되는 나이였다. 방출되기 직전에 겨우 구제된 것이다.
W구단에 온 장용식 선수는 이곳에서 반드시 살아남으리라고 다짐해본다. W구단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진짜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용식 선수는 부모님을 비롯해서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귀고 있는 애인도 빨리 결혼을 하자고 재촉했다.
절박감이 장용식 선수에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인가? 2019시즌이 시작되고 한달이 지난 어느 날, 주전 외야수인 정백현 선수가 부상을 당해서 빈 자리가 생겼다. 장용식 선수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정백현선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장용식 선수는 좋은 선구안으로 높은 출루율을 올리면서, 득점의 발판을 만드는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렇게 장용식 선수는 W구단의 1군 외야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3할에 가까운 타율과 많은 볼넷을 끌어내면서 W구단의 공격력에 큰 기여를 하였다.

<사진>무상 트레이드로 kt 위즈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육성선수 출신의 조용호 /OSEN DB
-이번 주 금요일(11일)에는 '육성선수 성공법' 하편이 이어집니다.
/글.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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