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기회죠.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류현진, 김광현 그리고 정우람.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3명의 특급 좌완 투수들과 함께 훈련한 행운아가 있다. 한화의 좌완 유망주 김기중(20)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에서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 그는 레전드 선배들과 차례로 훈련을 하며 가슴 벅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기중은 지난달 비활동 기간에 같은 팀 선배 정우람의 제안을 받아 제주도 미니 캠프에 합류했다. 이곳에는 SK 시절부터 정우람과 친분을 쌓은 빅리거 김광현이 있었다. 정우람은 “우리 팀 4~5선발이 정해지지 않았다. 난 선발이 아니기 때문에 기중이가 광현이를 보고 선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미니 캠프에 데려간 이유를 밝혔다.

김광현은 김기중이 어릴 적부터 롤모델로 삼은 우상이었다. 정우람 덕분에 꿈에 그리던 우상과 함께 2주가량 캠프를 가진 김기중은 “학교 다닐 때부터 항상 TV로 보던 선배님을 처음 봤는데 신기했다. 같이 운동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선배님에게 슬라이더도 배웠다”며 “정우람 선배님이 챙겨주신 덕분이다”고 고마워했다.
김기중의 행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주도 캠프에서 잠깐 얼굴을 봤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장기화로 한화의 거제 스프링캠프에 깜짝 합류한 것이다. 김기중은 “제주도에서 류현진 선배님을 만났는데 같이 운동을 하진 못했다. 지금은 같이 훈련하면서 많이 물어보고 있다”며 웃었다. 지난 6일 류현진의 불펜 피칭을 바로 옆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보며 넋을 잃었다.
KBO리그 역대 최정상급 불펜 정우람의 존재도 김기중에겐 든든한 힘이다. 김기중은 “프로 입단 후 비시즌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정우람 선배님이 가르쳐주셔서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 시즌 중 선배님에게 배운 체인지업을 사용하며 좋은 결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두 명의 현역 메이저리거와 KBO 역대급 불펜까지. 같은 좌완 투수로 3명의 레전드 좌완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복을 받았다. 그 역시 “제게 엄청난 기회다.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것이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5경기에서 53⅔이닝을 던지며 2승4패 평균자책점 4.70 탈삼진 36개로 가능성을 보여준 김기중은 올해 선발 후보로 시즌을 준비한다. 호세 로사도 한화 투수코치는 “시즌 전까지 김기중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우리의 4번째 선발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고 기대했다.
김기중은 “항상 선발투수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경기 운영과 변화구가 약하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것보다 제가 던지는 공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던질 수 있을까 연습하고 있다. 아픈 데 없이 캐치볼 등 정상적인 훈련을 다하고 있다. 시즌에 맞춰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승리를 하고 싶다. 다치지 않고 선발진에 들어가 한 시즌을 마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서 “10승 이상 하고 싶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레전드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20세 투수의 꿈도 커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