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성남고 2년 선배 박경수의 도움 속 KT 위즈라는 새 둥지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박경수는 8일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늦깎이 이적생 박병호의 순조로운 적응을 알렸다.
박경수는 “(박)병호가 내 방에서 그냥 산다. 맨날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웃으며 ”첫날부터 분위기를 비롯해 KT가 확실히 좋다고 했다. 이제 휴일에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 밥을 사주는 걸 보니 팀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인연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경수가 2002년 성남고등학교 졸업반에서 거포 내야수로 활약할 당시 박병호가 1학년 신입생으로 들어오며 첫 만남이 성사됐다. 이후 박경수는 2003년 LG 1차 지명, 박병호는 2005년 LG 1차 지명을 통해 프로의 시작도 함께 했다. 큰 기대와 달리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부분도 공통점이다.
LG를 먼저 떠난 건 박병호였다. 2011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의 전신인 넥센으로 이적해 마침내 거포 본능을 깨웠다. 2012년부터 2시즌 동안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타자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2년 연속 KBO MVP를 수상했고,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왕, 2년 연속 50홈런 등의 남다른 파워를 뽐냈다. 국민거포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바로 이 때다.
LG 시절 타율 2할대 초중반의 평범한 내야수였던 박경수 역시 이적과 함께 커리어의 꽃을 피웠다. 2014시즌을 마치고 4년 총액 18억 2천만원에 막내 KT로 이적해 2020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했고, 2016년 데뷔 첫 3할 타율, 2018년 25홈런 등을 통해 마법사 군단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3년 총액 26억원의 두 번째 FA 계약, 첫 우승반지 및 한국시리즈 최고령 MVP 등 경사가 뒤따랐다.

박병호가 지난해 12월 3년 총액 30억원에 KT와 FA 계약하며 다시 뭉치게 된 성남고 2년 선후배. 박경수는 “둘이 같이 있으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똑같다”면서 “그러나 유니폼을 입고 나와서는 자제하는 부분이 있다. 병호가 다소 무게감이 있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후배들이 어려워한다. 그럴 때 내가 편하게 다가가라고 농담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성남고 시절 신입생 박병호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박경수는 “병호는 고교 시절에도 성실했다.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알았다. 1학년 때 경기를 뛰며 궂은일을 다했고, 동기들에게 솔선수범하는 친구였다”라고 회상했다.
박병호의 KT 합류는 통합 2연패 도전에 상당한 힘이 될 전망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철저한 자기관리, 모범적인 선수생활, 풍부한 경험 등이 젊은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경수는 “오히려 후배들에게는 나보다 더 든든한 맏형이 될 수 있다”며 “야구 실력 자체를 떠나 박병호가 하는 행동, 야구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플러스가 된다. 벌써부터 (강)백호가 병호에게 많은 걸 물어본다”고 흐뭇해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종아리 부상과 우승을 맞바꾼 박경수는 현재 천천히 상태를 회복하며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KT 이강철 감독은 이미 2022시즌 주장 및 주전 2루수로 박경수를 낙점한 터.
박경수는 “재활은 다 끝났는데 우승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초반에 재활을 잘 하지 못했다”며 “감독님과 트레이닝파트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라고 했다. 캠프 끝날 때까지 재활을 잘 마치는 계획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