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고참 정우람(37)은 지난달 후배 투수 3명을 데리고 제주도 서귀포로 내려갔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 김기중과 김이환 그리고 반등이 필요한 임준섭이 정우람과 함께 미니 캠프를 소화했다. 2주가량 제주도에서 지내는 동안 모든 비용을 정우람이 지불했다. 1~2명도 아니고 3명의 선수들을 데리고 숙식비를 전액을 지원한 것이다.
두 번의 FA로 총 123억원을 벌어들인 정우람이지만 후배들을 위한 진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그는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다”고 쑥스러워하며 “시즌 때는 야구 잘하고,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지만 비시즌에는 그럴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비시즌에 후배들을 도와주며 팀을 위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든 후배들을 다 데려갈 수 없기 때문에 정우람은 고민했다. “우리 팀은 외국인 2명과 (김)민우까지 선발 3명은 어느 정도 확정이다. 4~5선발로 저연차 선수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선발 유망주 김기중과 김이환에게 미니 캠프를 제의했다. 여기에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베테랑 임준섭까지 데려가며 신구 조화를 맞췄다.

SK 시절 인연을 맺은 김광현까지 함께하면서 후배들에게 빅리거와 같이 훈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어릴 때부터 김광현을 롤모델로 삼은 김기중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엄청난 기회였다”며 “프로에 와서 비시즌은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랐다. 정우람 선배님 덕분에 많이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정우람은 “내가 선발이 아니기 때문에 후배들이 (김광현을) 옆에서 보고 배웠으면 했다. 그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후배들이 좋은 경험한 같아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김기중은 한화의 유력한 4선발로 꼽히고 있고, 김이환도 5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우람 캠프 효과를 본 셈이다. 하지만 다른 후배들도 생각한 정우람은 “(장)민재 같은 고참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 선발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했다.
장민재와 김기탁도 빅리거 류현진(토론토)의 지원 아래 지난달 제주도에서 함께 몸을 만들었다. 후배들을 위해 선심을 베푸는 선배들의 정이 빛난다. 정우람은 “여러 가지로 좋은 일이다. 후배들도 선배들이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 후배들을 데려가는 선배가 되길 바란다. 그런 게 대물림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어느덧 팀 내 최고령 선수가 된 정우람은 “나보다 위에 선수가 없다. 조금 허전한 게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동생들이 잘 챙겨준다. 어린 선수들이 고참이 되어가고, 중고참들이 나서서 솔선수범해주니 편한 것도 있다”고 웃으면서 “젊은 선수들과 같이 그라운드에 나와 뛰면서 땀 흘리고 나면 에너지를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올해도 한화는 리빌딩의 연장 선상으로 쉽지 않은 시즌이 예상된다. 객관적인 전력은 여전히 약하다. 하지만 정우람은 “팀에 좋은 신인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최근 3~4년간 구단이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며 “리빌딩이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안 좋게 보여질 수 있다. 프로는 냉정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가더라도 경험을 잘 쌓아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후배들에게 “우리 팀의 최고 무기는 젊고 배고픈 것이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는 “배고플 때 나오는 힘이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젊음의 힘, 에너지를 갖고 작년보다 조금이 아닌 많이 이기는 데 선배로서 보탬이 되고 싶다. 우리 선수들이 그만큼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