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정상을 맛본 프로야구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이후 언제 또 우승했다는 사실을 실감할까.
KT 위즈 5선발 배제성(26)의 경우 우승에 대한 보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 통합 2연패를 향한 의지가 커졌다. 사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배제성은 지난해 성과급이 들어오던 날의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했다.
10일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배제성은 “우승의 기운은 11월 말까지 느껴진 것 같다. 이후 12월 우승 성과급이 들어왔을 때 ‘한 번 더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 때 다들 독을 품고 운동을 해서 나 역시 10개 하는 운동을 12개 했다”고 웃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금은 감흥이 많이 사라졌다. 우승은 과거가 됐고, 이제 통합 2연패라는 미래를 향해 다시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배제성은 “작년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지나간 일이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다만 우승을 한 번 더해야겠다는 독기를 품게된 건 작년과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배제성은 2017년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은 뒤 2019년부터 10승이 보장된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1승 차이로 아쉽게 3년 연속 10승이 무산됐지만 선발에서 141⅔이닝을 책임지며 창단 첫 통합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연봉도 작년 1억7000만원에서 59% 인상된 2억7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배제성은 “기록만 보면 내가 3년 동안 제일 꾸준했던 것 같다. 스스로 자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은 욕심을 갖고 계속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승수, 평균자책점, 이닝을 모두 지난해보다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배제성은 “3년 연속 10승이 끊겨 다시 10승을 하고 싶다. 160이닝도 목표”라며 “(박)병호 형이 와서 공격력이 강화됐다. 아마 투수들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스코어 차이가 나면 투수들은 편하게 승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이 패스트볼이 강점인 배제성은 스트라이크존 확대에도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하이 쪽 존이 넓어진다고 하니 호재가 될 것 같다”며 “원래 KBO리그는 높은 변화구도 잘 안 잡아주는데 그것도 이제 스트라이크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 굉장히 이득이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배제성은 지난해 KT 토종 탈삼진 1위(136개)를 차지했다. 이 역시 그에게는 자부심이자 새로운 목표다. “투수는 위기 상황에서 삼진 잡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배제성은 “작년에 외국인투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았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면 위기를 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 투수는 점수를 안 주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