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일 작가 밝힌 #해적2 #지금 우리 학교는…"무조건 재미있어야"(인터뷰)[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2.10 17: 34

 지난달 26일 극장 개봉한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해적2)이 올해 처음 1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같은 달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연출 이재규)가 12일 연속으로 TV쇼 부문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작품의 각본 및 극본을 맡은 천성일 작가는 “작가로서 저는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적2’(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어뉴·오스카10스튜디오)는 몰락한 고려 황실의 보물이 숨겨진 번개섬을 찾아가는 조선의 해적단과 의적, 역적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지난 2014년 개봉해 866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의 속편이지만 스토리와 캐릭터가 연관성은 없다.
2편도 ‘해적1’에 이어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다. 그는 드라마 ‘추노’ ‘도망자 플랜B’ ‘7급 공무원’ ‘더 패키지’, 영화 ‘소수의견’ ‘7급 공무원’ ‘서부전선’ 등을 집필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천 작가는 “저는 지금껏 (작품의) 촬영 직전까지 계속 시나리오를 고치는 편이었다. 제일 (수정이)적은 작품이 13번, 제일 많이 수정한 게 22번까지였다. 이번 ‘해적2’의 각색은, 김정훈 감독님이 원래 글을 잘 쓰셔서 그런지, 감독님이 전담하셨다. 감독님이 새로 집필하셔서 저는 상대적으로 편한 작품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2편은 연장선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전편과)비슷한 점이 많았던 거 같다. 그럼에도 1편보다 모험 어드벤쳐에 집중해 그간 보지 못했던 바다, 장소를 찾아보자 싶었다”며 “리부트의 느낌으로 가 보자 싶었다. 아쉬운 점이 없다는 건 거짓말인데, 저한테 주어진 일에 대해서 열심히 한 것은 만족한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해적2’는 VFX면에서 전편과 비교해 진일보했다. 천 작가는 “제가 상상한 이상이 화면에 담겼다. 예전엔 작가가 상상한 걸 다 못 찍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번에 ‘해적’을 하면서 느낀 건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한층 수준이 높아진 VFX 및 CG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젠 기술력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이미지디렉터들이 글 이상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거 같다. 이제는 작가가 (화면에 담길 것)그 이상을 상상해야하는 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천 작가는 “제가 ‘해적2’를 쓰면서 많이 찾아보려고 한 것은 바다에 대한 것이다. 역사적 자료보다 바다 그림, 해도를 많이 보고 싶었다”라며 “우리가 대부분 바다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에게 바다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많이 다녔고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유럽에서 온 해도를 봤다. (오래된 지도에는) 먼 바다로 나갈수록 그 안에 괴물들이 살고 있다는 상상이 담겼다. 멀리 못 나가는 이유는 위험해서 그런 이유를 달지 않았나 싶다. 어느 바다지도에서는 용이 불을 뿜는 그림도 있었다. 그래서 ‘해적2’에 넣게 됐다”고 창작 과정을 설명했다.
천성일 작가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천박한 말일 수 있지만, 작가라는 이 직업을 갖고 있는 이상 (모든 콘텐츠가)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 않으면 (시청자나 관객에게)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다고 본다”는 소신을 밝혔다.
‘해적2’에 대해서는 “큰 의미보다 너무 힘든 시기에 개봉하다 보니, 보시는 관객들이 몸과 마음이 해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해적2’를 통해 욕망을 갖고 계속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희망을 갖고 움직이는 세 무리 역적, 의적, 해적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날 천 작가가 쓴 드라마 ‘지우학’에 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먼저 천 작가는 ‘지우학’을 12부작으로 선보인 것과 관련, ”처음엔 16부작으로 편성됐었는데 줄여서 12부가 됐다. 12부에서 좀 더 줄이느냐, 아니냐를 얘기하다가 각 회별로 시간을 좀 더 줄이기로 했다. 좀 더 짧게 진행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결국 12부로 갔다. 그래서 (일부 반응을 보면) ‘루즈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 거 같다“고 했다.
천성일 작가는 요즘 고등학생들의 특징과 생활 패턴, 일상 습관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이 많은 장소를 찾았다고 털어놨다. ”제가 50대라 10대들의 언어를 모른다. 그래서 학생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의 일상적 대화를 많이 들으려고 했다. 녹음한 걸 들어보면 학생들의 대화 60% 이상이 욕이다“라고 전했다.
천 작가는 또한 드라마와 영화의 수위에 대해 “드라마는 수위와 포맷이 정해져 있다. (감독과 작가가) 그걸 임의대로 정할 순 없다. 그래서 드라마는 극본을 쓸 때, 그런 점에 있어서 힘들다. 반면 영화는 수위 제한이 없기에 만들고나서 (영등위로부터)그에 따른 등급을 받으면 된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OTT(‘지우학’은)는 드라마보다 영화와 가까워서 수위는 무리가 되지 않은 선에서 하고 싶은 대로 했다”고 밝혔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하거나, 원작이 없는 작품을 새로 쓰는 것의 선호도에 대해 ”저는 원작이 없는 게 더 편하다. 작가가 재해석하는 데 결과물이 잘 못 나왔을 땐, ‘원작보다 못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무섭다. 내 생각을 어느 정도까지 집어넣을 수 있는지에 관해 작가들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저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안 했다. 원작(판권)이 비싼 작품도 있고.(웃음) 저는 웬만하면 원작이 없는 작품을 쓰려고 했다“고 자신의 집필 방향을 밝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등 다양한 OTT 채널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에 맞는 포맷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작가로서 행복이다“라고 했다. 다만 ”지금 서비스되는 OTT만 다 가입해도 가계 경제가 휘청할 정도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골라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작품 수도 굉장히 많이 늘어나서 K-콘텐츠가 전세계를 지배한다는 말도 있는데 양적 팽창만큼 질적으로 향상됐는지 저는 아직 의문이다. 기회가 많다고 해서 질적으로 높아졌는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작가들이 더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문화 르네상스시대’ 같아서 어떤 게 옳은지 잘 모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우학’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개인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작품이 잘 되든 안 되든 제 주변 일상에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러닝 개런티’에 대해서도 ”지인들이 잘 봤다고 연락이 오는데 그럼 저는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가서 재미있다는 댓글을 달아달라’고 한다.(웃음) 아직까지 러닝 개런티 얘기는 없다“고 받지 못했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기자님들이 대신 얘기 좀 해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언감생심이다.(웃음) ‘지우학’이 전세계 1위라는 말도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저는 이재규 감독님과 공개하기 전에 ‘우리가 오징어 게임 덕을 많이 볼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었다. ‘오징어 게임’이 우리나라 작품들에 문을 열어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영화를 할 때 제가 상석에 앉아 본 적이 없었다. 근데 드라마를 할 때 상석에 앉게 돼 ‘나한테 왜 그러지?’ 싶더라. 드라마는 극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스태프, 제작진들과의 논의가 중요하다. 그래서 영화계에서도 작가를 조금 더 소중히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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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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