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본 적 없는 내용이라서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떠오르는 신인 배우 로몬이 논란을 회피하는 서툰 인터뷰 태도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로몬은 10일 오전 국내 취재진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약칭 지우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어진 드라마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오징어 게임'과 '지옥'에 이어 한국 작품 중 세 번째로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순위 1위에 오르며 이목을 끌었다.
이 가운데 로몬은 수혁 역을 맡아 출연했다. 건장한 체격에 준수한 외모로 남라 역의 배우 조이현과 풋풋한 로맨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좀비들을 퇴치하는 액션까지. '지우학'의 흥행과 함께 로몬을 향한 전 세계 팬들의 관심도 치솟았다. 그러나 아직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엔 무리였나 보다. 인터뷰 내내 로몬은 작품에 관한 호평엔 짧게 답했고, 논란에 대한 답변은 회피하며 찝찝함을 남겼다.

'지우학'은 현재 괄목할 성과로 관심받는 동시에 학교폭력에 대한 잔혹한 묘사로 비판도 받고 있다. 원작 웹툰에도 없던 장면들이 드라마에 추가됐고 이를 영상으로 묘사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세련되게 표현하려 미화하는 듯한 구도가 문제시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영상 콘텐츠들이 폭력을 미화하거나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을 지양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경계하며 다양한 메타포와 영리한 촬영 기법을 발전시켜왔던 바. '지우학'의 성적은 주목할 만 하지만, 성격이나 성질까지 호평받을만 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뒤따랐다. 극 중 미성년자인 인물들이 자극적인 연출에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두고 폭력 묘사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퇴보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로몬이 연기한 수혁 역시 이 같은 논란의 연장선에 있었다. 수혁은 극 후반 정의롭고 영웅적인 행보를 보이는 인물이다. 그러나 극 초반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언제까지 그러고 살건데?"라고 말한다. 학교폭력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수동적 태도에 전가하는 식의 2차 가해 발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극 중 수혁의 반성이나 각성은 없다. 그랬던 수혁이 후반부 정의롭고 영웅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것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에 인터뷰에서 로몬에게 직접 작품의 선정성 논란과 캐릭터의 대사를 둘러싼 비판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로몬은 당황하며 "생각해본 적 없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잠시 말을 고르던 그는 "생각해 보고 답변을 드리겠다"라며 인터뷰를 속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인터뷰가 온라인 화상으로 이뤄지는 상황, 신예인 만큼 신중하게 답변을 고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로몬에게 직접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인터뷰 동안 로몬은 또 다른 질문에 대해 답변을 생각해본 적 없다며 미루기도 했다. 석현과 남라 등 '지우학' 속 커플 중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뽑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던 것. 단 인터뷰 말미까지 답변을 하지 못한 내용은 '선정성 논란' 뿐이었다. 당연히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작품의 논란과 관련해 신인 배우가 내놓을 답변이라고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터다. 정확한 표현과 장황한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무작정 회피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결국 인터뷰 종료 후 로몬과 함께 있던 '지우학' 관계자가 대신 답변을 메신저로 전달했다. "학교라는 곳이기 때문에 학교폭력으로 표현된 것인 것 같고, 우리 사회 다양한 곳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혁이의 대사들은 앞으로 더이상은 이러한 폭력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들이니 그런 의도라고 봐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다양한 스타들이 많은 매체를 상대로 기록이 남을 것을 각오하고 솔직한 견해를 밝힌다. 그 안에는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적인 성의를 듬뿍 담은 선의의 거짓말도 있겠지만 반대로 비호감을 각오하고 솔직한 견해를 피력하는 용기도 담겨 있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 MZ세대의 대세는 호불호를 가리지 않는 솔직함과 당당하게 감내하겠다는 용기다.
무엇보다 캐릭터와 작품을 둘러싼 배우의 해석 만큼 존중받아야 할 것도 없다는 걸 로몬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히어로로 각성한 수혁과 달리 현실의 로몬에게 느껴진 수동적인 모습이 '지우학'의 몰입감을 깨부순 모양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