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리차드3세' 성료가 의미하는 것 [김보라의 뒷담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2.14 05: 07

배우 황정민이 13일 막공을 끝으로 연극 ‘리차드3세’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마지막 공연에서도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가 펼쳐져 커튼콜까지 화려하게 수놓았다. 영화, 드라마, 그리고 연극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활동에 매진해 온 황정민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세 속에 지난달 11일 첫 무대를 올린 ‘리차드3세’는 이달 13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진행됐다. 관객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역대 그 어떤 공연보다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지난 2018년 황정민표 ‘리차드3세’가 같은 공간에서 관객들을 만난 바 있는데, 같은 내용이지만 느낌이 또 다르고 한층 더 재미있다는 호평이 나왔다. 물론 예년에 비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지만 1~2층을 대부분 채운 ‘리차드3세’는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기에 황정민이 ‘리차드3세’를 다시 한번 구현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충무로를 바쁘게 오가면서도 10년 전부터 ‘맨 오브 라만차’ ‘어쌔신’ ‘오케피’ ‘오이디푸스’ 등 2019년까지 꾸준히 무대에서 활동했다. 코로나 발생 후 2년간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3년 만에 원캐스팅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다시 자신의 출발점으로 돌아와 그간 쌓은 것을 끌어내고,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해내려 노력한 그의 의지다.
황정민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 왕비 역의 장영남, 에드워드4세 역의 윤서현, 마가렛 왕비 역의 정은혜, 앤 역의 임강희, 버킹엄 공작 역의 박인배, 조지 역의 이갑선 등 모든 배우들이 35회차 동안 원캐스팅으로 무대에 섰다.
이들은 혹여라도 코로나에 감염돼 공연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까 봐 연습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3개월간 공연장과 집, 연습실만 오가며 집중해왔다고 한다.
여타 공연들 중 주연배우가 코로나 확진자가 돼 중도 취소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리차드3세’는 이들의 의지로 끝까지 완주한 것이다. 배우들의 집념은 결국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안기는 무대를 선사했다.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선후배 배우들까지 불러모은 ‘리차드 3세’는 독특한 개성에, 캐릭터 해석력을 갖춘 배우들이 뭉쳐 나무랄 데 없는 무대를 완성했다.
또한 공연 시작 전 배우 박인배가 유머있게 휴대폰 매너를 부탁한 덕분에 100분 동안 휴대전화로 인한 관람 방해 사례가 나오지 않은 점도 집중력을 높였다.
‘천만배우’로서 스크린에서 천의 얼굴을 보여준 황정민. 이제 그는 한 작품을 든든하게 받치는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다. 영화에 이어 연극에서도 티켓파워를 보여준 그는 한 마디로 올 라운더(all-rounder)다.
어깨를 구부린 채 고개를 숙이고, 걸을 때 몸을 한쪽으로 기우뚱거리며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한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보였다. 코로나 시국 속 재개한 황정민의 연극 성료를 계기로 공연계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연극 한 편을 무사히 마치고 커튼콜에서 감격스러워하는 배우들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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