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5·토론토)의 홈런은 이제 추억으로 남는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구단주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노사단체협약(CBA) 합의를 낙관하며 선수노조의 몇 가지 요구 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가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이다. 지난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 도입된 지명타자 제도가 내셔널리그에선 허용되지 않았다. 야구의 전통, 본질을 고수하며 투수도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의 타격은 내셔널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이기도 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류현진의 타격은 쏠쏠한 재미를 줬다. 동산고 4번타자 출신답게 우타석에서 종종 날카로운 스윙을 선보이며 ‘베이브 류’라는 별명도 붙었다. LA 다저스 시절이었던 지난 2019년 9월2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선 5회 동점 솔로포로 첫 홈런 손맛도 봤다.
그러나 2020년 아메리칸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FA 이적하면서 타자 류현진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인터리그 내셔널리그 홈경기에서 4타석 들어선 게 전부. 올해부터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를 채택함에 따라 ‘타자 류현진’도 추억으로 남게 됐다. 류현진의 통산 타격은 성적은 217타수 38안타 타율 1할7푼5리 1홈런 12타점 12볼넷 1사구 96삼진. 희생번트는 32개였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에 현역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투수들은 타격시 부상 위험에서 벗어나 투구에 전념할 수 있고, 타자들은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스타 투수 마커스 스트로먼(시카고 컵스)은 SNS를 통해 “마음에 든다. 나도 홈런과 몇 개의 2루타를 치고, 도루도 했다. 하지만 지명타자 있는 경기가 더 낫다고 믿는다”며 반겼다.
스트로먼의 의견에 동의한 투수 아미르 가렛(신시내티)도 “보편적인 지명타자를 사랑한다. 수비에서 움직일 수 없지만 타격이 가능한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일자리가 생겼다”며 지지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또 다른 투수 트레버 윌리엄스(뉴욕 메츠)는 “가슴 아프다”며 SNS에 자신의 타격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오늘은 슬픈 날”, “투수의 타격이여, 편히 잠드소서”라는 자막을 넣으며 아쉬워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