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한 번 내봅시다.”
지난 1일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거제 하청스포츠타운. 첫 훈련을 앞두고 선수단 앞에 선 주장 하주석(28)은 “모든 언론과 다른 팀에서 올 시즌 우리를 최약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개개인이 목표를 더욱 높게 잡고 일 한 번 내보자”고 크게 외쳤다.
지난 2년 연속 10위로 최하위에 그친 한화는 겨우내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다. 리빌딩의 연장 선상으로 새 시즌을 맞이한다. 냉정하게 한화보다 약한 팀이 없다. 외부에서 꼴찌 평가를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하주석은 동의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시즌 중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그는 선수들이 패배 의식에 갇히지 않게 도전적인 말을 계속 했다. “지면서 리빌딩하는 건 아니다. 선수로서 지는 것이 분하다”, “목표가 탈꼴찌가 되어선 안 된다.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줄곧 말했다.
캠프 첫 날부터 목표 의식을 크게 잡은 하주석은 “지난해 시즌 중 주장을 맡아 힘든 위치에서 시작했다. 형들과 후배들이 잘 따라와준 덕분에 나름 잘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어린 선수들이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고 기대했다.
지난 2012년 한화에 입단한 하주석은 야수로는 가장 오랫동안 팀에 몸담고 있는 선수.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 대선배들에 이어 주장을 물려받은 그는 “주장이 적성에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대단한 레전드급 선배들을 항상 봤다. 그때 보고 배운 부분을 후배들과 나눠가려 한다”고 했다.

한화가 탈꼴찌를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선 공수에서 하주석이 해야 할 몫이 크다. 지난해 첫 풀타임 3번타자를 맡은 그는 “지난해 조니 워싱턴 코치님이 강조하신 ‘가운데’ 부분을 확실하게 정립시켜서 내 것으로 만들려 한다. 존이 넓어져도 작년처럼 나의 타격 존을 지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중심타자로서 OPS를 작년보다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에서도 유격수로 중추적인 역할을 한 하주석은 “지난해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다들 적응됐다. 작년에는 큰 틀로 데이터를 쌓았다면 올해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도 그에 맞춰 유기적으로 잘 움직인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4위였던 하주석이 올 시즌 성적을 높이면 첫 수상도 기대할 만하다. 그 역시 “주전 선수들이라면 누구든 골든글러브나 국가대표 목표를 갖고 야구할 것이다. 욕심은 있지만 그걸 보고 시즌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내가 맡고 있는 위치는 팀을 더 강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우승팀 주장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