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성장, 알찬 코치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KS 우승 비법 13]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22.02.15 17: 06

<사진>2021년 지역 순회 코치 아카데미에서 염경엽(오른쪽) KBO 기술위원장(당시 코치 아카데미 디렉터)이 아마추어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KBO 제공
지금까지 이런 프로야구 스토리는 없었다. 프로야구단 운영의 한축을 맡아 3년 프로젝트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마침내 목표를 이룬 야구단 임원이 직접 밝힌 비법이다. 한국프로야구 40년사에 야구단 경영진이 팬들의 야구단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에세이로 펼쳐낸 것은 처음이다. 프로야구단의 고위 임원으로 지내면서 팀을 어떻게 강팀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 과정 하나씩을 세밀하게 풀어내 팬들에게 알려주는 첫 작품인 것이다. 물론 유진은 필명이고 등장인물은 가명으로 썼다. [편집자주]
-빈약한 코치 육성 시스템이 선수 성장을 더디게 한다

=스페인 축구 코치 육성시스템처럼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어느 해인가 스페인의 프로축구협회(LaLiga)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스페인 축구의 육성시스템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마드리드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에 있던 프로축구 협회는, 하얀 색깔의 외벽을 가진 단아한 단독 건물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를 총괄하는 곳치고는 소박한 모습이었다.  
스페인 프로축구협회의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 그들로부터 스페인 축구의 현황과 육성시스템에 대해 소개를 받았다. 이때 처음으로 스페인 축구협회에 등록된 유소년 축구선수가 거의 7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규모에 놀랐다. 스페인 인구 수와 큰 차이가 없는 우리나라의 유소년 축구선수가, 3만명을 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가 되었다. 왜 스페인 프로축구가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유소년 선수들을 연령대별로 8~9세(Prebenjamin)부터 시작해서 18~20세(Juvenil)까지 6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리그를 진행하고 있었다. 20세가 되면, 성인 아마추어 리그인 Aficionado 그룹에서 뛰게 된다. 그리고 각 그룹별로 4~6등급의 리그가 있고, 성인 리그는 8등급까지 있었다. 수많은 유소년 선수와 성인 아마추어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여기서 눈에 띄는 선수들은 지도자들이나 스카우터들에 의해서 프로 선수로 훈련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으면, 자연히 그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지도자들도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페인에는 코치 라이선스를 가지고 활동하는 유소년 지도자만도 무려 2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선수뿐 아니라 코치들도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각 지역 축구협회에서는 매년 레벨에 맞는 지도자 코스를 여는데, 현지 코치와 대학교수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받는다. 전술, 기술, 피지컬 트레이닝, 생리학, 해부학, 심리학, 훈련 방법론, 팀 운영 방법 등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축구의 기술뿐만 아니라 관련된 분야의 지식도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또한 지도자 코스에 합격한 뒤에도 정해진 기간 동안 실제 지도자로 활동하고, 그 보고서를 제출하는 단계까지 통과해야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한다. 
체계적으로 훈련 받고 경험을 쌓은 코칭스태프들은 한국, 중국을 비롯한 해외 축구팀에도 스카우트 되면서, 스페인 프로축구를 홍보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스페인 프로축구가 이렇게 다양하고 정교한 교육 프로그램과 코치 평가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몹시 부러웠다. 
몇 해전에 K구단에서는 외부 전문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코치들을 대상으로 ‘리더의 코칭스킬 향상 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일주일간의 단체 오프라인 교육과정과 함께, 분기별로 개별적인 코칭스킬 상담과 피드백을 해주었다. 단체로 모여서 일주일간 이뤄지는 교육은 오프시즌 기간만 가능하였다. 쉬는 기간에 일주일간 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코치들에게는 부담이었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분위기에서 교육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일방향적인 교육은 지양하고, 소규모 그룹을 중심으로 한 실습교육을 많이 진행하였다. 4~5명으로 이뤄진 소 그룹에서 코치들은 서로 둘러 앉아서, 선수 코칭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공유하였다. 현장에서 일어난 사례를 가지고 실패 원인과 성공 요인을 토론해보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였다. 코치들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자기가 경험한 것이고, 현장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리더의 코칭스킬 향상 교육을 진행한 지 몇 달 후, 코치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들어보았다.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었다.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적용해보면서, 코치 자신뿐 아니라 선수들로부터도 많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떤 선수는 ‘우리 코치님이 달라졌어요!’라는 칭찬을 하기도 했단다. 
‘코칭스킬 교육’은 리더십 프로그램 중 단 하나의 주제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선수들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코치들 중에서는 공부를 많이 해서 책까지 펴낸 전문가들이 있다. 그리고 야구의 분야별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비롯해서 바이오 메카닉스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 많은 코치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야구나 아마야구 코치들은 선수들을 잘 지도하기 위해서 많은 공부를 한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있다면,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사진>차명석 LG 단장이 '2020 KBO 코치 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KBO 제공
 
KBO가 2020년에 KBO 신입 코치들을 대상으로 총 4주간의 교육을 진행하였다. 비대면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22명의 대상자들이 100%에 가까운 출석률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 코치들까지도 교육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이수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도를 만들어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체계적인 교육과정은 비단 프로야구 코치들뿐 아니라 아마야구 코치들까지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아마야구 선수들의 성장이 곧 프로선수들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축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코치의 역량 향상은 곧바로 선수들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글.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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