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스프링캠프 주루 훈련 시간.
이대호, 정훈 등 베테랑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 선수를 보며 “오토바이 달린다”라고 외친다. 그만큼 독보적인 스피드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팀 내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고 ‘장토바이’라는 별명이 붙은 외야수 장두성(23)이 주인공이다.
롯데가 뛰는 야구, 섬세한 야구로 팀 컬러를 바꾸기로 천명하고 ‘도루왕 조련사’ 김평호 코치를 영입하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도 장두성이었다. 지난해 2군에서 타율 2할7푼4리(146타수 40안타) 16타점 32득점을 기록했고 37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2군 도루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1군에서도 빠른 발을 인정 받으며 후반기 대주자 역할을 부여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저 ‘발 빠른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 기간부터 합류한 김평호 코치와 함께 매일 고된 훈련을 소화하며 대주자가 아닌 주전 외야수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빈틈 없던 1군 외야진이었다. 그런데 손아섭이 NC로 이적을 했다. 외국인 선수 DJ 피터스, 전준우는 고정된 상태에서 한 자리가 비었다. 장두성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생겼다.
베테랑 지도자인 김평호 코치가 콕 찝어서 장두성의 스피드는 ‘발군’이라고 표현했고 이대호 역시 “정말 빠른 선수다. 다른 야수들도 중견수 자리에 놓으면 수비에서 안정감도 생길 것 같다. 힘을 더 키우고 컨택도 좋아지면 분명히 더 좋아질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만큼 장두성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심에 대해 “부담이라기 보다는 그저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근육량도 늘려 마른 체구가 아닌 탄력있는 몸으로 만들었고 대선배의 도움도 받았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일단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서 근육량과 힘을 좀 키우려고 했다. 그리고 전준우 선배님과 기술 훈련을 같이 하면서 타격에서도 많이 배웠다”라며 “이번 겨울에는 이전 비시즌보다 준비를 더 잘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전준우의 선택을 받았을까. 그는 “지난해 선수협 총회에 갔을 때 어디서 운동을 하냐고 물어보셨다. 사직에서 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같이 운동을 해보자고 하셔서 함께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발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장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전이 되어야 하고 주전이 되기 위해서는 타격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치는 것은 물론 선구안까지 좋아지기 위해서는 타석에서의 역량을 키워야 했다.
“나 스스로도 방망이가 약한 것을 알기 때문에 타율, 출루율을 어떻게든 높여야 겠다고 생각했다”라는 장두성이다. 전준우와의 합동 훈련은 좋은 계기가 됐다. 그는 “그 전에는 잘 다가가지 못했는데 같이 운동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궁금한 것도 많이 알려주셨다”라며 “아직 다 제 것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알려주신 점을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캠프 기간에도 간절하게 훈련을 자처한다. 김평호 코치는 물론 ‘통산 최다 도루’에 빛나는 전준호 2군 코치에게 끊임없이 물어본다. 그는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을 잘 알고 계시는 코치님들이 오셨다. 저에게는 더 좋으니까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훈련으로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부족한 부분도 발전 시키고 있다. 장두성은 “수비에서는 펑고를 신경써서 받으려고 하다보니 그 전보다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또 주루에서는 스타트 자세나 마음가짐을 많이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령, 2군에서 도루할 때 스타트가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거나 아웃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걸 몰랐다”라며 “하지만 김평호 코치님께서 제 도루 영상을 찾아보고 ‘잘 될 때는 12~13발로 들어가는데 안될 때는 14발까지 나온다’고 말씀해주셔서 그 부분을 많이 신경쓰고 있다. 연습처럼 실전에도 잘 나오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생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군 도루왕의 목표는 당연히 1군 도루왕이다. 롯데의 마지막 도루왕은 지난 1996년 전준호 코치였다. 그는 “도루왕은 올 시즌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목표다. 이제는 2군이 아닌 1군에서 도루를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당찬 목표를 밝혔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