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롯데)의 은퇴 투어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은퇴 투어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이대호는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타율 3할7리(6578타수 2020안타) 351홈런 1324타점 919득점을 거두는 등 KBO리그 역사상 손꼽히는 강타자다. 2006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데 이어 2010년 KBO리그 최초 7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대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비롯해 각종 국제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2년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대호는 2015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MVP까지 품에 안았다.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허구연 MBC 스포츠 해설위원을 비롯해 이승엽 대사, 추신수(SSG) 등 야구계 인사들은 "이대호가 은퇴 투어를 하지 못하면 앞으로 아무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대호 입장에서는 난감할 것 같다. 은퇴 투어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닌데 찬반 논란이 뜨겁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퇴 시점이 가까운 일부 선수들까지 이름이 오르내리는 실정이다.
이대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은퇴 투어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봐왔고 고생했던 선배들이 은퇴하는 것은 우리 선수들 역시 아쉽다. 한 팀에 15~20년 동안 있었던 이유는 결국 팀에서도 필요했기에 오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팬들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지 않나. 그 팬분들 역시 마지막 경기는 꼭 보고 싶어하실 것이다. 은퇴 투어는 하면 좋다. 그렇지만 ‘해주니, 안 해주니’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또 "은퇴식도 하고 싶지 않다고 구단에 얘기했다. 은퇴식 날짜가 잡히면 1주일 전부터 너무 많이 울 것 같다. 은퇴 투어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신 우승을 하면서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투어 대신 사인회 투어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원정) 마지막 경기 때 행사보다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롯데 팬들 뿐만 아니라 다른 야구 팬분들도 사인을 받고 싶은 분들이 계실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대호의 은퇴 투어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계속 되는 가운데 은퇴 투어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각 구단의 영구 결번 예정 선수를 대상으로 은퇴 투어를 진행하는 건 어떨까. 영구 결번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단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실력과 인성 모두 훌륭한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다. 각 구단의 영구 결번 선수들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영구 결번 예정 선수가 은퇴 투어에 나서는 건 특정 구단만의 잔치가 아닌 리그 전체의 이벤트가 될 수 있다. KBO리그를 빛낸 스타들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은퇴 투어는 계속 돼야 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