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몸으로 야구 한다는 시선을 받았다.”
롯데 이대호(40)에게 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로 ‘조선의 4번 타자’가 있지만 ‘빅보이’로도 많이 불린다. KBO 프로필상으로 194cm 130kg의 거구다.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당당한 체격이다. 하지만 이대호를 향한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던 이유는 ‘뚱뚱한’ 체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곱지 않은 시선, 편견을 모두 극복했다. 그는 “뚱뚱한 몸으로 야구를 한다는 시선을 받았다. 저런 몸으로 어떻게 야구를 하냐고 했다”라고 과거에 자신을 향한 시선에 대해 언급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대호는 편견을 극복했다. 2006년 트리플크라운, 2010년 타격 7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최정상의 타자로 거듭났다. 국가대표팀에서 활약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이대호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우려 섞인 시선의 체형으로도 특유의 유연성으로 3루수와 1루수 등 수비를 무리 없이 소화했고 큰 부상 없이 지난 21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금강불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대호는 커리어 내내 큰 부상이 없었다. 체형 때문에 생긴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몸 관리를 했다는 반증이다.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2020년까지 12년 연속 120경기 이상을 출장했다(해외 진출 기간 2012~2016년 제외). 장기 이탈로 이어지는 인대나 근육 파열, 골절 등의 부상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5월 내복사근 파열 부상으로 약 한 달 가량 결장한 것이 커리어에서 손꼽힐 정도다.
큰 부상이 없었던 커리어를 되돌아보며 이대호는 스스로를 대견해 했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잘 버텨준 몸에 감사해 했다. 그는 “운동을 하면서 제 몸에 정말 감사하다. 저 같이 이렇게 큰 몸이 버텨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라며 “정말 최선을 다해서 운동을 했고 다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에도 갔다 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내 몸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고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 몸을 만들고 운동하는 시간 자체가 행복했다”라며 “이제 1년 만 더 버텨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이대호는 한 세대를 어우르는 KBO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지막 시즌 캠프를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는 “선수단과 장난을 많이 치면서 분위기도 풀어주고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있다”라면서도 “훈련을 할 때는 베테랑 선수답게 집중력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이기에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이대호의 많은 장점을 흡수하기를 바란다. 이대호는 “함께할 시간은 6개월 뿐이니까 나에게 뽑아갈 수 있는 것들은 많이 뽑아갔으면 좋겠다.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부끄러워 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언제든지 찾아왔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서튼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이대호와 같은 선수와 같이 훈련하고 경기하는 것은 큰 경험이자 기회다”라며 “KBO 최고의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함께 훈련하면서 체험하는 것은 좋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마지막 스프링캠프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롯데 선수단 전원이 의기투합해서 최고의 성적을 내려고 한다. 편견을 극복한 이대호도 자신의 많은 노하우를 선수단에게 유산처럼 남겨두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떠나고 싶다. 롯데와 이대호의 시너지가 어떤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