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네요".
서재응 KIA 타이거즈 투수코치는 1년 만에 퓨처스 팀에서 1군으로 돌아왔다. 신임 김종국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김 감독과 1군 캠프에 포함된 20명의 투수들을 함께 짰다. 2022시즌 1년 농사를 함께 할 투수들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의욕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운드는 작년보다 훨씬 강해졌다. 에이스 양현종이 미국 도전을 마치고 복귀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았다. 새 외국인투수 션 놀린과 로니 윌리엄스도 영입했다. 좌완 놀린은 칼제구를 과시해 기대감을 높였고, 우완 로니는 파워피칭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의리와 임기영까지 5선발진을 확정했다.

작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승혁과 유승철, 히트상품으로 활약한 윤중현은 선발예비군과 롱릴리프 보직으로 분류했다. 홀드왕 장현식, 최연소 30세이브 정해영 앞에 전상현을 배치해 견고한 불펜라인 밑그림도 그렸다. 홍상삼, 이준영, 이승재, 이준형과 신인 최지만 강병우, 김찬민까지 새 얼굴들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분명 작년보다는 양과 질에서 마운드가 높아져 보였다. 그럼에도 김종국 감독은 캠프 첫 날부터 "현재로선 확실한 투수는 양현종 뿐이다. 선발 5명이 확정됐지만 플랜 B, 플랜 C까지 대비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령탑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14일 불펜에서 양현종의 두 번째 피칭이 있었다. "감이 왔다"며 예정된 40개를 넘겨서 던지려고 하자 서 코치는 황급히 다가가 제지했다. "이제 두 번째 피칭인데 오버할 일이 없다"며 볼을 뺏었다. "아주 몸을 잘 만들어왔다"며 에이스에 대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얼굴이 어두워지며 "투수진에 걱정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웠다.
이유는 다음 날 밝혀졌다. 선발투수 임기영이 왼쪽 복사근 근육 미세손상 판정을 받았고, 이의리는 불펜피칭을 마치고 중지에 물집이 잡혔다. 임기영은 3주 정도 치료와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개막전 준비가 쉽지 않아졌다. 이의리는 작년 괴롭힌 물집이 또 재발했다. 자꾸 손가락이 문제가 생기면 풀타임 전력이 어렵다. 일단 두 선수는 잔류군으로 이동했다.

선발 2명이 캠프 도중 빠지는 일은 흔치 않다. 갑작스러운 부상에 세워놓은 구상이 차질이 빚을 수 밖에 없다. 수뇌진은 곧바로 퓨처스캠프에서 우완 이민우와 김현준을 긴급 콜업했다. 새롭게 선발진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제는 플랜 B로 분류한 한승혁 윤중현 유승철도 가세해 선발진 진입경쟁을 벌이게 됐다.
다른 투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면서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아직 캠프 중반이다. 또 다시 부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예비 병력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담당 코치에게는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선발 투수들의 이탈이자 달갑지 않은 플랜B 강제 가동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