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 늘어날 것이라고 얘기해줬다.”
NC 다이노스의 핵심 전력이자 리그 최고 타자인 양의지(35)는 이적 전까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 소속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잠실구장은 타자들이 홈런 치기 힘든 구장으로 악명이 높다. 양의지의 두산 소속 한 시즌 최다 홈런은 두산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던 2018년에 기록한 23개였다. 거포의 수치이긴 했지만 잠실구장을 쓰면서 손해보는 타구도 적지 않았다.
2019년 NC와 4년 125억 계약을 맺으며 이적한 양의지다. 팀을 옮기면서 잠실구장을 탈출했다. 이른바 ‘탈잠실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됐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2019년 이적 첫 해 부상으로 118경기만나서지 않았지만 2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2018년에는 133경기에 나서며 23개의 홈런을 때렸는데 홈런 페이스가 증가했다.

그리고 2020년 정점을 찍었다. 33홈런으로 홈런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124타점으로 데뷔 첫 30홈런 100타점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 해 장타율도 .603으로 커리어 최고 수치였다. 지난해도 30홈런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0홈런을 넘긴 타자가 됐다.
양의지는 누구보다 ‘탈잠실 효과’를 확실하게 깨달았고 검증을 했다. 양의지의 뒤를 이어 두산에서 NC로 팀을 옮기게 된 박건우도 양의지처럼 ‘탈잠실 효과’를 경험하게 될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6년 100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한 박건우는 거포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현역 타율 2위(.326)에 달할 정도로 컨택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그렇다고 장타력이 없지는 않다. 2016~2017년, 각각 20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홈런이 6개로 급락했지만 언제든지 두자릿수 홈런은 때릴 수 있다.
일단 박건우는 입단식 당시 “팀 컬러가 바뀌어가는 과정이니 중장거리 소총부대로 컨셉을 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짜임새 있는 발야구를 해보고 싶다”라고 자신의 타격 방향을 설정했다.
하지만 잠실구장을 벗어났고 좌중간 우중간 방향으로 홈런이 잘 나오는 창원 NC파크 구장 특성상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경신도 노려볼 법 하다.
먼저 경험한 양의지도 “(박)건우는 큰 야구장을 쓰다가 창원을 홈구장으로 쓰면 장타력도 좋아지고 성적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도 ‘성적이나 홈런 수치가 올라가긴 할 것이다’라고 얘기를 해줬다”라고 밝혔다.
양의지는 심리적인 면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잠실을 벗어나서 창원에 왔을 때 구장의 변화, (담장까지)거리가 짧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커리어 수치가 나와있지 않나”라고 설명하면서 “그런데 잠실에서 잡히던 타구들이 한두 개씩 넘어가는 것을 보고 느끼고 또 결과로 나오다 보니까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점점 좋아진 것 같다”라며 ‘탈잠실 효과’를 설명했다.
나성범이 KIA로 떠났고 애런 알테어도 빠졌다. 30홈런 타자 2명이 동시 빠졌기에 장타 공백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팀 타격 방향 설정과 함께 타자에게 득이 되는 환경의 변화로 장타력 공백을 채울 수도 있다. 박건우가 자신의 커리어 하이 홈런 수치를 경신한다면 장타 공백을 가뿐하게 채울 수 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