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전문 자원 출신인 두산 새 외국인투수 로버트 스탁(33·두산)이 선발이라는 낯선 보직에서도 꾸준히 강속구를 뿌릴 수 있을까.
지난달 총액 70만 달러에 두산맨이 된 스탁은 2월 3일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 입소해 스프링캠프 일정을 착실히 소화하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기량, 인성, 사회성은 모두 합격점이다.
스탁은 일주일 자가격리에도 첫날부터 곧바로 캐치볼을 하는 열정을 보였다. 또한 지난주 첫 불펜피칭을 실시한 가운데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시속 140Km 후반대 직구를 뿌렸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친화력도 갖췄다.

사령탑에게도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 김태형 감독은 “굉장히 좋은 공을 갖고 있다. 확실히 중간 쪽에서 많이 던져서 그런지 스타일이 공격적이고 템포가 빠르다”며 “불펜투구도 이틀 정도 봤는데 공 자체에 힘이 있고 좋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스탁의 로테이션 소화 능력에는 아직까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로테이션 소화가 염려스럽다. 관건은 긴 이닝 소화”라며 “좋은 공을 갖고 있어 마운드에서 안정된 투구가 예상되지만 투구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약점을 짚었다.

스탁은 직구 최고 162km, 평균 155km를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로,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 제구도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55경기(선발 3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은 4.71, 마이너리그는 통산 230경기(선발 13경기)에 등판해 23승 14패 평균자책점 3.73이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탁은 미국에서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를 줄곧 담당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모두 합쳐 통산 285경기에 나섰는데 그 중 선발 등판은 16경기가 전부다. 한국에 오기 직전인 지난해에도 빅리그 선발 등판은 3번뿐이었던 터.
물론 KBO리그에 오는 대부분의 외인투수들이 선발보다 불펜이 익숙하지만 스탁은 워낙 선발 경험이 적어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스탁이 담당하는 2선발 자리는 꾸준함을 필요로 하는 원투펀치의 한 축이다.
일단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에는 적응을 위해 선수를 밀착 케어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선수이지만 선발이라는 보직이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외인투수들은 기본적으로 로테이션을 돌아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사실 불펜을 하다가 선발 풀타임을 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투수코치를 통해 투구수를 초반에 계속 조절하면서 갈 것이다. 중간마다 세심한 체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스탁과 다르게 KBO리그가 익숙한 아리엘 미란다, 호세 페르난데스에게는 큰 걱정이 없다. 미란다는 17일, 페르난데스는 3월 초 입국으로 모든 스케줄이 꼬였지만 김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몸을 잘 만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아서 두 선수 모두 개막전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