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야구 못하면 그만둬야 할지도…" 벼랑 끝 투수, 김광현과 만남이 터닝 포인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2.17 13: 20

“결과를 못 내면 야구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한화의 서산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 중인 좌완 투수 임준섭(33)은 스스로 ‘벼랑 끝’ 위기라고 말했다. “나이가 서른 넷이다. 결과를 내야 할 시기다. 작년과 재작년에 너무 못했다. 올해도 못하면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니 잘해야 한다.”
개성고-경성대 출신으로 지난 2012년 신인 전면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KIA 지명을 받은 임준섭은 2013~2014년 2년 연속 100이닝 넘게 던지며 선발로 활약했다. 2015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왔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군복무로 3년가량 공백기가 있었지만 2018년 중반부터 2019년까지 불펜과 임시 선발로 힘을 보탰다. 

한화 임준섭 /OSEN DB

그러나 최근 2년은 두 자릿수 평균자책점으로 잊고 싶은 시간이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나이까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2km로 여전히 빠르고, 경험 있는 좌완이란 점에서 한화도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충분히 좋은 공과 능력들을 갖고 있는 투수다. 지도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데 이유가 있다”며 “그걸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제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준섭은 “몸이 아프거나 구속이 떨어진 건 없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 뭔가 하나 잘 풀리면 쉽게 갈 것 같은데 안 풀리고 꼬이면서 심리적으로 좋지 않았다. 열심히 하지만 야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며 “결국 제구다. 불펜 피칭할 때는 좋은데 실전에서 타자를 세워둔 상황에서도 똑같은 느낌으로 던져야 한다. 투구 밸런스만 왔다갔다 하지 않으면 제구도 잡힐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주도 서귀포에서 ‘메이저리거’ 김광현과 함께한 보름간의 시간이 임준섭에겐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듯. “무조건 따라와”라는 팀 선배 정우람의 제의로 내려간 제주도에서 김광현을 만나 합동 훈련을 했다. 임준섭과 김광현은 같은 좌완 투수로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정통 오버핸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거 위상을 빼도 임준섭에겐 실용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화 임준섭 /OSEN DB
임준섭은 “광현이형이랑 같이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며 야구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과 가치관을 알게 됐다. 간단하면서 기본적인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예를 들어 변화구 던질 때 시선이나 느낌, 슬라이더 그립 잡는 법이 달랐다. 야구에 정답은 없지만 내가 몰랐던 부분을 더 알게 됐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광현과는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다. 임준섭은 “(사적으로는) 처음 봤다. KIA에 있을 때 선발로 맞대결한 게 다였다”고 했다. SK 시절 김광현과 오랜 인연을 쌓은 정우람의 소개와 배려로 귀한 경험을 했다. 정우람은 “준섭이가 작년에 아이도 생기고, 잘해야 할 때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 투수”라고 응원했다. 
한화 임준섭 /OSEN DB
임준섭은 “우람이형은 항상 후배들을 잘 챙겨준다. 같은 왼손이고, 4~5년을 같이 하다 보니 도움을 주신 것 같다”며 “덕분에 겨울에 몸을 잘 만들었다. 공도 많이 던졌고, 지금 캠프에서도 어린 투수들과 똑같이 페이스를 맞추고 있다. (27일) 퓨처스 첫 실전 경기부터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수치상 목표는 없다. 기회부터 잡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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