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야수 원혁재(27)에게 시련은 예고없이 찾아왔다. 프로 2년차였던 지난 2018년 9월18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경기 중 수비를 하다 외야 펜스와 크게 충돌했다. 쇄골과 팔이 부러진 원혁재는 의사로부터 “앞으로 야구 못할 것이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의사뿐만 아니라 트레이닝 코치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팔뚝 뼈가 부러지고, 팔꿈치 인대 안쪽과 바깥쪽 모두 끊어진 대형 부상이었다.
그 이후 수술만 무려 4번 했다. 2019년에는 그라운드를 떠나 1년 내내 병원을 드나들었다. 팔꿈치 뼈가 안 붙어 재수술까지 했다. 2020년 1월 팔꿈치 플레이트를 제거하는 수술로 병원을 떠났지만 그 사이 원혁재는 팀을 잃었다. 1년간 재활을 지원하며 기다렸던 한화는 2019년 10월 그를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방출이었다.
원혁재의 야구 인생은 그렇게 끝날 것 같았다. 장충고-홍익대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로 지난 2017년 2차 4라운드 전체 34순위에 지명된 그는 첫 해 퓨처스리그 73경기에서 타율 2할6푼 7홈런 33타점 8도루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8년에는 1군 콜업도 받았다. 경기를 뛰지 못하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한화 외야의 미래 자원으로 인정받았다.

한창 성장 중에 찾아온 부상이었다. 워낙 크게 다쳐 군대도 현역으로 갈 수 없었다. 방위산업체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하던 중 우연찮게 다시 야구가 찾아왔다. 야구를 좋아하는 산업체 전무가 실업 야구팀을 만들었고, 선수 출신 원혁재에게 “야구하자”는 제안이 왔다. 실업 야구팀에서 다시 방망이를 잡고 경기도 뛰면서 야구 열정이 되살아났다. 소집해제 후에도 “이대로 그만두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야구한 옛 동료 선수들과 감독·코치들도 “다시 해보자”고 권유하며 도전을 응원했다.
지난해 1년간 독하게 준비했다. 처음에는 부상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재활 운동에 집중하면서 어느 순간 통증을 잊었고, 친정팀 한화에 입단 테스트를 요청했다. 원혁재의 성실함을 잊지 않은 한화가 자리를 마련했다. 그날이 지난해 11월2일. 다른 선수 2명이 예정된 입단 테스트에 추가로 들어갔고, 유일하게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금은 SSG로 자리를 옮긴 정경배 당시 한화 퓨처스 타격코치가 좋은 평가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고 복귀했다. 지난해 11월11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연습경기가 원혁재에겐 나름 큰 의미가 있는 복귀전이었다.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야구를 하는 것만으로 기적이다. 서산에서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원혁재는 “3년 만에 팀에 돌아왔다. 야구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설렌다”며 “처음 부상을 당한 뒤 의사 분께서 ‘이제 야구는 못할 것’이라고 하셨다. 다들 힘들 거라고 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는 야구를 못할 줄 알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었다. “저보다 부모님이 더 마음 고생을 하셨다. 특히 아버지께서 항상 병원에 같이 있어주셨다. 옆에서 도와주신 부모님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성실함과 절실함으로 무장한 원혁재의 가능성을 한화는 다시 기대한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입단 테스트를 할 때 정경배 코치가 원혁재의 타격을 좋게 평가했었다. 펀치력도 있고, 발도 괜찮다. 상당히 열심히 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부상 전 원혁재의 모습을 기억하는 고동진 퓨처스 외야수비·주루코치도 “원래 가능성 있는 선수였다. 큰 부상을 당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와 다행이다. 워낙 성실하고, 절실함을 아는 선수라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이야기했다.
3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아직 만 27세로 젊다. 원혁재는 “부상 당하기 전을 돌아보면 항상 조급했다. 그때는 1~2년차였고, 당장 결과를 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의욕만 앞섰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심했다”며 “야구를 그만둔 사이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다치지 않는 것에 먼저 신경 쓰고 있다. 그래야 기회도 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년간 야구를 하지 않은 사이 현장 트렌드도 바뀌었다. 원래는 스윙이 크고, 삼진 비율이 높았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올 시즌 목표는 등록 선수가 돼 1군에 가는 것이다. 첫 안타, 첫 홈런 다 해보고 싶다. 꿈이 있다면 큰 부상을 입어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크게 다친 선수들이 저를 보고 목표로 삼을 수 있게 잘하고 싶다. 제게 다시 기회를 준 한화를 위해서도 보란듯이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