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챔피언 KT 위즈가 데이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베테랑, 신예할 것 없이 모든 선수가 실력을 데이터로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너도나도 김강 타격코치의 호텔 방을 방문하고 있다.
통합 2연패를 노리는 KT는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 차려진 2022 스프링캠프에서 창단 처음으로 선수, 타격코치, 데이터기획팀이 함께 짝을 이뤄 데이터를 분석하는 ‘1대1 데이터 개별미팅’을 도입했다.
예년 같으면 주간 훈련이 끝난 뒤 야간 훈련을 대비하거나 휴식을 취했지만 올해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모두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한다. 방식은 KT 데이터기획팀에서 선수 별 맞춤형 데이터를 코치에게 제공하면 코치는 그 자료를 토대로 선수와 개별미팅을 진행한다. 원래는 발전이 필요한 1.5군급 선수들 위주의 미팅이 계획됐지만 베테랑들도 데이터 삼매경에 빠지며 대상이 전 선수단으로 확대됐다.

야수조는 김강 타격코치가 가장 데이터 활용에 능하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유명한 김 코치는 데이터기획팀 최우석 과장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하며 높은 이해도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간판타자 강백호와 히팅포인트를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는데 코치, 선수, 데이터기획팀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투수조의 경우 데이터기획팀 전희훈 대리를 필두로 김태한, 제춘모 투수코치와 장재중 배터리코치가 함께 데이터를 갖고 투수들의 방향성을 정립한다.
이번 데이터 개별미팅을 처음 제안한 건 데이터 기획팀이었다. 담당자인 최우석 과장은 “지난 시즌 부진했던 선수들과 미팅을 하면서 데이터기획 미팅을 진행하게 됐다”며 “타자 쪽에는 타석에서의 전략, 히팅 포인트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선수, 코치는 축적된 데이터를 놓고 대화를 한다. 다행히 재미있어 하는 선수들이 많고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무엇보다 코치님들의 이해도가 높아 미팅이 가능하다”고 흡족해했다.

그렇다면 현장은 데이터기획팀과의 소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강 타격코치는 “데이터기획팀과 전력분석 파트에서 데이터, 영상을 분석하면 그 자료를 토대로 선수들과 미팅을 진행한다”며 “늘 좋은 데이터를 준비해주시기 때문에 선수들도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 미팅을 통해 타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플레이하고 준비해야하는지 방향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20년 데이터전문가인 나도현 데이터기획팀장의 단장 부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장과 데이터기획팀장을 겸직 중인 나 단장은 최근 기장에서 취재진에 “우리 구단은 계속해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며 “데이터가 솔루션은 아니지만 의사 결정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 2군 육성, 리그 환경 변화, 외국인선수, 신인, FA, 트레이드 등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KT 선수들은 그 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세부적인 데이터를 통해 지난 시즌을 리뷰하고 향후 방향성을 잡고 있다. 물론 끊임없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모든 건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선수들은 수치화, 시각화된 자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 후 훈련 계획을 거기에 맞춰 수립한다. 선수들이 스스로 타격코치의 방을 찾아갈 정도로 데이터 개별미팅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강백호는 “입단 후 타격코치님, 데이터기획팀과 1대1 미팅을 하는 건 처음이다. 정말 유익했다”며 “내 데이터를 봤는데 전반적으로 흥미로웠다. 더 좋은 타구 생산을 위해 지속적인 히팅 포인트 확인이 필요하다. 물론 수치에 더 익숙해져야겠지만 그래픽 자료를 통해 모든 걸 확인할 수 있어 이해하기 좋았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더 발전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구단의 새로운 시도를 반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