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폰으로 영화를?..유해진x김옥빈x박정민도 놀랐다('일장춘몽')[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2.02.18 13: 43

휴대폰으로 찍은 단편 영화인데 퀄리티가 남다르다. 박찬욱 감독이 다시 한번 영화계 발전에 앞장섰다.
18일 오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Apple과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콜라보’ 단편 영화 ‘일장춘몽’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김우형 촬영감독, 배우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이 참석해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만났다.
이날 오전 11시에 공개된 ‘일장춘몽’은 여성 검객 흰담비(김옥빈 분)를 묻어줄 관을 만들고자 장의사(유해진 분)가 버려진 무덤을 파헤치다 검객(박정민 분)의 혼백을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담는다. 장의사는 영혼끼리 싸우는 흰담비와 검객의 영혼 결혼식을 진행하며 일장춘몽 같은 인생을 달랜다.

박찬욱 감독은 “2011년에 아이폰4를 썼다. ‘파란만장’이란 단편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동생 박찬경이랑 팀으로 단편영화를 처음 만들었다. 그 기억이 좋아서 단편영화 만들 기회가 있다면 여러 편을 만들어왔다. 진보된 테크놀로지가 탑재된 기계로 새로운 단편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베테랑 김우형 촬영감독은 “촬영감독 중에서 박찬욱 감독 연락을 받고 거절할 사람은 없다. ‘리틀 드러머 걸’ 때 좋은 기억이었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 영광이었다. 휴대전화로 촬영한다니 도전이라기보다 경쾌하고 재밌는 작업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화면이 아름답다면 아이폰이 많은 역할을 한 덕분이다. 이번엔 추가 렌즈 장비 없이 거의 모든 샷을 폰을 들고 손으로 찍었다”고 자랑했다.
장의사 역의 유해진은 “모든 배우들이 박찬욱 감독과 하길 원하지 않나. 제 꿈 중에 하나였다. 언제쯤 감독님과 할 수 있을까. 그냥 나는 보기만 해야 되는 입장인가 생각만 했는데 단편이지만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휴대전화로 영화를 찍는 듯한 광고가 있었는데 결과가 궁금했다. 찍을 순 있겠지만 퀄리티가 궁금했다. 그런데 ‘일장춘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재밌게 봤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장의사 역할 표현을 위해 따로 중점을 둔 건 없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잘 해주셔서 의지했다. 대본을 보고 마당극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전통 가락처럼 말하고 살려보려고 했다. 감독님이 말에 애착을 갖고 있더라. 장단음에 애착도 있고. 말의 맛을 살리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유해진과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박찬욱 감독은 “‘공공의 적’ 때 처음 이 배우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저 사람은 비범하다는 걸 바로 알았다. ‘타짜’는 말할 것도 없고 계속 관심있게 봤다. 함께 일할 기회를 찾기가 어려웠다. 배역과 딱 맞는 게 없어서. 어쩌나 하다가 단편은 유해진한테 맞는 인물을 처음부터 쓰면 가능할 것 같더라. 유해진이란 인물을 놓고 쓰기 시작했다”며 넘치는 애정을 뽐냈다.
박쥐’에 이어 박찬욱 감독과 두 번째로 만난 김옥빈은 “‘박쥐’ 땐 제가 너무 어렸다. 매일 촬영장 나가는 게 설렜는데 오랜만에 그런 느낌을 받겠구나 싶어서 들떴다”며 “그때 감독님은 젊고 에너지 넘치고 노련하면서 묘한 느낌의 파장이었는데. 오랜만에 뵈니까 바라볼 수 없는 거장의 느낌이 풍기더라. 많은 경험을 쌓고 아우라가 커진 감독님이 됐다. 다른 느낌의 감독님을 보는 기분이었다”며 기뻐했다.
이어 그는 로맨스와 액션 파트너인 박정민에 대해서도 “원래 제가 박정민 배우의 너무나 팬이었다. 작품에 만나서 연기하는 것에 대해 기대했다. 촬영 땐 옆에서 연기하는 걸 몰래 보기도 했다.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엔 낯을 가려서 말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친해졌다. 호흡은 100점 만점에 99점”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정민 역시 “친구지만 선배라 처음에는 다가가기 힘들었다. 액션스쿨에서 만났는데 전 못하고 있는데 김옥빈은 너무 잘하더라. 어떻게 다가가야 하지 싶었는데 고맙게도 먼저 손을 내밀어줬다. 더 편하게 연습했다. 현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믿을 수 있게 됐다. 김옥빈 덕이 크다”고 기쁘게 화답했다.
이어 그는 박찬욱 감독에 관해서도 “처음 연락 받고 띠용 했다. 상기되고 심장이 뛰었다. 왜 나한테 이런. 감독님을 뵈었을 땐 꿈 같았다. 현장도 그렇고 너무 좋았다.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다. 유튜버 헤비 유저로서 아이폰으로 만든 영화 몇 편을 봤다. 아기들 눈싸움 하는 단편영화가 있는데 그 생각이 나더라.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훨씬 더 퀄리티 좋은 작품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일장춘몽’은 ‘파킹 찬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폰13 프로로 촬영해 파격과 신선함을 담았다. 그동안 ‘파킹 찬스’ 프로젝트로는 ‘파란만장’(2011) ‘오달슬로우’(2011) ‘청출어람’(2012) ‘고진감래’(2013) ‘격세지감’(2017) ‘반신반의’(2018) 등 마케팅부터 뮤직비디오, 장편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이 즐비하다.
박찬욱 감독은 “‘파란만장’을 찍을 땐 큰 화면으로 보기에 적당한 정도는 아니었다. 화질이 깨졌다.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트릭을 써야 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됐다. 큰 모니터로 봐도 괜찮은 수준이 됐다”며 “장편 상업영화를 할 때 시도하지 못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게 단편영화다. 작은 전화기로 찍는다고 했을 떄 제일 먼저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마음대로 스토리를 풀다 보니 마당극처럼 됐다. 마음껏 노는 잔치판처럼 영화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상적인 건 영혼 결혼식을 올린 흰나비와 검객이 저승으로 떠날 때 한바탕 잔치가 열리는데 이를 구성한 안무감독이 엠넷 ‘스우파’의 댄서 모니카였다. 박찬욱 감독은 “TV를 보다가 우연히 ‘스우파’를 보게 됐다. 나 혼자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2주쯤 지나니까 다들 ‘스우파’ 얘기를 하더라”며 팬이 돼 그를 섭외하게 댔다고 밝혔다.
박정민은 “처음엔 제가 춤을 못 춰서 쭈뼛거렸는데 촬영이 뒤로 갈수록 빙의됐다. 너무 신났다. 안무 짜주신 모니카 쌤이랑 단원분들이 열정적으로 기운을 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옥빈 역시 “공간 자체도 몽환적이고 형형색색 컬러의 공간이라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다. 저승길 앞에서 댄서들과 춤을 추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춤을 추는 신이 또 있을까 싶었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일장춘몽’은 이날 무료로 전 세계에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들은 즐겁고 흥겹게 즐겨 달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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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장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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