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47번은 상징적인 등번호다. 창단 멤버이자 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성장 스토리를 함께 쓰고 있었던 나성범(33)의 등번호였다. 만약 나성범이 이번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잔류를 했고 원클럽맨으로 은퇴를 했다면 영구결번이 됐을 번호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나성범은 6년 150억 원이라는 거액의 제안을 받고 고향팀인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이적을 했지만 NC는 나성범의 그동안의 공로를 예우하는 의미에서 올 한 해 47번을 비워두기로 결정했다. 구단의 결정이 알려지기 전에는 몇몇 선수들이 47번을 달 수 있는지 문의했다는 후문. 그 선수들 중에는 나성범의 보상선수로 KIA에서 N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하준영(23)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준영은 19일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NC의 간판급 선수 대신에 오게 된 것이지만 부담이란 것은 딱히 없었다”라면서 “그리고 사실 처음에 등번호 정할 때 47번을 달고 싶었다. 비어 있는 번호 중에 왼손 투수에게 잘 어울리는 번호 같았는데 구단에서 올해는 안된다고 하셨다”라는 후일담을 전했다. 대신 하준영은 KIA에서 달던 39번을 그대로 달게 됐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KIA의 지명을 받았고 2019년 잠재력을 꽃피웠다. 59경기 6승2패 15홀드 평균자책점 4.96의 성적으로 필승조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통증이 발생했고 결국 팔꿈치 뼛조각 수술과 인대 접합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지난해 부상에서 복귀할 수 있었지만 미세한 어깨 통증으로 복귀가 무산됐다. 사실상 2년여의 1군 공백이 있는 투수다.
하지만 NC는 2019년, 마운드 위에서 당당하고 싸움닭 같은 투쟁심을 기억하고 있다. 좌완 불펜진의 한 축으로 거듭나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통증 없이 4차례의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이동욱 감독은 “구위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투구수를 좀 더 끌어올리면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20개월 가량의 기나 긴 재활 터널의 끝이 보인다. 하준영은 “이제 조금씩 몸 상태가 올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프지 않아서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라며 “통증은 거의 없고 투구 밸런스만 조금씩 잡아가면 될 것 같다”라면서 “챔피언스필드도 좋은 구장이었는에 이곳은 더 신식 구장이다. 운동할 수 있는 시간도 많고 운동 환경도 좋다.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고 현재 몸 상태를 전했다.
입단 4년 만에, 그리고 재활 중에 팀을 옮기게 됐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었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는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하지만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렸다는 얘기가 돌아서 어느정도 짐작은 했다. 당황스럽지 않았다”라며 “서운하기는 했지만 제가 NC에서 잘하면 되니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봤다.

“재활 막바지에 야구를 다시 좀 해보려는 찰나에 이적했다”라고 말하는 하준영이다. 하지만 새로운 소속팀에서 적응했고 이전처럼 긴박한 순간에도 던질 수 있는 보직에 자신있다고 말한다. 그는 “2019년에 중요한 보직에서 던져봐서 부담은 없다. 올해 저에게 같은 역할이 주어진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재활 기간 허무하고 답답했다. 야구가 엄청 간절했다. 힘들었다”라며 재활 기간을 되돌아봤다. 그렇기에 더 이상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개막전 엔트리에 든다면 그 다음에는 풀타임을 뛰고 싶다. 풀타임을 소화하면 어쨌든 아프지 않고 1군에 계속 있었다는 증거지지 않나. 풀타임으로 올해를 마무리 하고 싶은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