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인 중 최고 계약금(5억원)을 받은 투수 문동주(19)는 현재 한화 2군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멕시코에서 열린 야구월드컵에 다녀온 뒤 의사로부터 3개월 휴식 소견을 받아 1군이 아니라 퓨처스 캠프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당장 뭔가 보여줘야 할 1군보다 2군에서 서두르지 않고 완벽하게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신인 캠프 때부터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한 문동주는 이달 들어 5차례 불펜 피칭을 실시했다. 지금까지는 50~80% 수준의 저강도로 직구만 던졌고, 이번주부터는 변화구도 섞어 투구 강도를 90% 이상 높일 예정이다.
여권 배송 지연으로 지난 18일 뒤늦게 입국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미국 올랜도 자택에서 문동주의 투구 영상을 계속 확인했다. “뷰티풀 딜리버리”라며 문동주의 부드러움에 연신 감탄했다고. 고교 시절 실전에서 최고 156km까지 던진 문동주이지만 수베로 감독은 구속보다 그의 부드러움에 홀딱 반했다.

188cm 큰 키에서 물 흐르듯 부드럽게 팔이 넘어온다. 문동주는 “구속보다 마운드에서 느낌에 더 신경을 쓴다”며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 투수들부터 일본 투수들까지 영상을 많이 봤다. 잘하는 투수들의 좋은 점을 찾다 보니 지금의 투구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크게 주목받는 신인이라 당장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 문동주는 그렇지 않다. 1군 캠프 제외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아쉬운 마음도 당연히 있었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1군이 아니다. 다 저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몸을 잘 만들고 있다. 조금 늦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완벽하게 준비하는 게 낫다”는 것이 문동주의 말.

수베로 감독은 입국 전날이었던 지난 16일 문동주와 따로 영상 통화도 했다. “잘했어, 좋았어”라고 우리말로 칭찬한 수베로 감독은 “너의 재능은 이미 알고 있다. 급하게 할 필요 없으니 지금처럼 하면 된다. 지금 너무 보여주려 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 문동주도 “해주신 말씀 명심하겠다. 감사하다”고 답했다.
주변의 기대와 관심을 부담으로 느끼는 선수도 많지만 문동주는 다르다. 그는 “아직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다. 잘해서 성적으로 보여드리면 된다. 지금 준비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고 했다. 평소에도 성실한 훈련 자세와 밝으면서 예의 바른 모습으로 주변 칭찬이 자자하다.
아직 앳된 얼굴인 그는 “최근에 키를 재지 않았는데 주변 분들이 조금 더 큰 것 같다고 하더라”며 웃은 뒤 개성이 강한 일자형 스냅백 스타일의 모자에 대해 “고교 때부터 이렇게 썼다. 굳이 모양을 망가뜨리는 것보다 지금처럼 쓰는 것이 시야에도 좋다”고 대답했다. 가능성과 멘탈, 스타성까지 갖춘 대형 신인이 서산에서 차분히 비상을 준비 중이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