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보다 더 많이 불려요.”
한화 신인 내야수 이상혁(21)은 팀 내에서 ‘페이커’라고 불린다. e스포츠계의 전설인 ‘페이커’ 이상혁과 이름이 같아서 그렇다. 아직 야구선수 이상혁의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프로 첫 해 스프링캠프를 1군에서 시작하며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 이상혁의 빠른 발을 눈여겨보며 직접 1군 캠프 명단에 이름을 넣었다.
이상혁이 육성선수 신분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결정이다. 장안고-강릉영동대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 이상혁은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172cm, 64kg의 작은 체구 때문에 과소평가됐지만 지난해 대학리그에서 21경기 타율 3할5푼 20도루를 기록했다. 가능성을 본 한화는 그에게 육성선수를 제안했다.

이상혁은 “솔직히 지명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를 생각해주는 팀이 있어 좋았다”면서도 “육성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못하거나 열심히 안 하면 방출 위험이 크다. 지금 이 기회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한다”고 결연한 각오를 드러냈다.
스스로도 1군 캠프는 생각 못한 일이었다. 그는 “육성선수이기 때문에 1군 캠프는 예상도 못했다. 처음에는 긴장 70%, 설렘 30%로 시작했다. 거제 캠프에서도 처음 3일은 긴장이 많이 됐는데 이제는 괜찮아졌다”며 “수베로 감독님과 영상 통화도 한 번 했는데 많은 것을 보고 스펀지처럼 흡수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발이 빠르고, 공격적인 선수를 선호한다. 내야에 발 빠른 자원이 없어 고민이던 수베로 감독의 눈에 이상혁이 들어왔다. 이상혁은 “원래도 빠른 편이었지만 고교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제 살 길을 찾다 보니 발이었다. 대학에 가서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면서 스피드가 빨라졌다”며 “감독님께도 빠릿빠릿한 모습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롤모델은 동갑내기 친구 김지찬(삼성)이다. 김지찬은 리그 최단신(163cm) 선수이지만 2020년 데뷔 후 2년 연속 1군의 주축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주 포지션이 2루수, 유격수로 김지찬과 같은 이상혁은 “지찬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주말리그 같은 조로 경기를 많이 했다. 나와 같은 야구 스타일을 하는데 체구는 더 작다. 그런데도 프로에서 잘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가끔 연락할 때마다 엄청 잘한다는 말을 했다”며 웃었다.
김지찬도 이상혁의 한화 입단이 정해진 뒤 “네가 하던대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상혁은 “지찬이와 야구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지만 멘탈 케어를 받곤 한다”며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선 “몸무게가 너무 적게 나가다 보니 힘이 약하다. 많이 먹고, 웨이트도 열심히 하면서 힘을 키우려 한다”고 대답했다.

지난 22~23일 자체 청백전에서 2경기 연속 1번타자 2루수로 실전 테스트를 받은 이상혁은 “육성선수는 5월부터 1군에서 뛸 수 있다. 개막 전에는 서산에 갈 텐데 2군에서 잘 준비해 빠른 시일 내에 1군 대전구장에서 팬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나만의 야구 스타일대로 자신감 있게 해보겠다. 야구 인생에서 기회가 되면 도루왕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