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은 잊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다시 희망을 말했다.
한화는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기대했던 외야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대형 FA 외야수들이 쏟아지며 외야가 약한 한화가 큰손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빈손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 FA 외야수 보강을 요청했던 수베로 감독에게도 아쉬운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애써 아쉬움을 잊었다. 여권 배송 지연으로 뒤늦게 입국한 수베로 감독은 25일 대전 스프링캠프에 마침내 합류했다. 취재진과 올해 첫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한 물음에 수베로 감독은 “질문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웃은 뒤 “그 부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지금 우리 선수들이 외야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터크먼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는 주인이 없다. 치열하게 경쟁해서 자리를 찾길 바란다. 다들 기량이 향상된 만큼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이 중견수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양쪽 코너는 경쟁이다. 수베로 감독은 “터크먼은 공수주를 갖춘 선수다. 타격이 스윙이 부드럽고, 수비도 굉장히 좋다. 주루에서도 자신이 미국에서 배워온 것을 선수들에게 알려주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내외야 멀티로 활약한 김태연은 올해 외야수로 포지션이 분류됐다. 김태연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워낙 재능 있는 선수라 외야에서도 잘해줄 것이다. 가끔 3루나 1루에서도 필요하면 뛰겠지만 대부분 경기에서 외야로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시즌 중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원석을 가리켜 “배트 스피드를 보니 몸을 잘 만들어왔다. 타격에서 향상된 게 보인다”고 콕 집어 기대했다.
외야 외에도 여러 포지션이 내부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1루를 제외한 내야진은 작년과 비슷할 것이다. 1루에서 이성곤이 있지만 보장된 자리는 아니다. 변우혁, 김인환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재훈을 뒷받침할 백업 포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며 “4~5선발과 마무리도 아직 확정짓지 않았다. 계속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권 문제로 발이 묶였던 수베로 감독은 그라운드에 온 것 자체가 즐거워 보였다. “여권 문제는 30년 야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적잖게 당황했지만 나와 구단이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고 말한 수베로 감독은 “내가 없는 동안에도 능력 있는 코치들이 팀을 잘 이끌어줬다. 나와도 매일 소통한 덕분에 팀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실제로 선수들을 보니 다들 몸을 잘 만들어왔다. 육안으로 보일 만큼 실력이 향상된 선수들이 있다. 파이팅 넘치고 서로 격려하는 팀 스피릿이 보기 좋았다”며 “내일 연습경기(26~27일 광주 KIA전)부터 3월1일 대전에서 퓨처스 팀과 자체 청백전까지 전체적인 스케줄이 짜놓았다. 실전에서 선수들을 보고 판단한 뒤 방향성에 맞춰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고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선수단 미팅에서 리빌딩 대신 이기는 야구도 강조했다. 그는 “작년에는 신인급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선수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실수가 있어도 용납했다. 작년이 그런 리빌딩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더 강한 선수가 경기에 많이 나갈 것이다. 이기고 싶어 하는 선수들로 경기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