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간판스타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돌연 일본행 해프닝에 미국 언론이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매체 ‘NBC스포츠 필라델피아’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직장폐쇄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에 좌절한 일부 선수들이 그들의 새로운 대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메이저리그 대표 외야수인 하퍼는 이날 자신의 SNS에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을 게재한 뒤 “요미우리 거기에 있나. 난 시간이 조금 생겼다. 당신들이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 번호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한번 대화를 나눠보자”며 공개 구직 활동에 나섰다.

하퍼가 실제로 요미우리에서 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2018시즌이 끝나고 필라델피아와 13년 총액 3억3000만달러(약 3974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한 터라 큰 변수가 없는 한 그는 오는 2031년까지 필리스 유니폼을 입는다.
그렇다면 왜 유니폼을 합성하는 정성까지 들이며 실현 가능성 없는 미래를 현실화시킨 것일까. 이는 메이저리그 직장폐쇄 장기화를 풍자한 게시물이다. 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간의 줄다리기가 지속되며 정규시즌 개막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 선수노조는 직장폐쇄 기간 중 선수들의 일본, 한국 등 해외리그 진출을 용인했고, 이에 하퍼가 요미우리를 차기 행선지로 언급하며 협상 지연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구단, 선수 노조는 이날 약 16시간 진행된 마라톤 협상에서도 새로운 노사단체협약(CBA) 체결에 실패했다. 이날 협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냈다고는 하나 2일 재협상이 CBA 체결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계속해서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정규시즌 축소와 이에 따른 선수 연봉 감소가 불가피하다.
하퍼의 이번 SNS 해프닝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슈퍼스타답게 재치 있는 사진과 멘트로 현 상황을 꼬집었고, 몇몇 선수들이 미국을 떠나 해외리그에서 뛰는 가상의 미래를 간접 체험시켰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에 따르면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의 경우 지난 2004-2005시즌 리그 중단과 함께 대다수가 해외 진출을 택했다.
NBC스포츠 필라델피아는 “비록 하퍼의 이번 게시물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도 해외 리그에서 뛰는 걸 검토하는 선수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노사간의 조속하고 원만한 합의를 간절히 기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