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투수왕국이 되지 않을까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산전수전을 겪은 투수 최고참 김대우(38)는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몸상태를 자랑한다. 되려 젊은 선수들을 압도하는 근육질 체구다. 현재도 140km 중후반대의 무브먼트가 심한 패스트볼을 던진다. 롯데가 젊은 선수 위주로 선수단을 재편하고 선수단 규모도 최소화했지만 김대우는 방출 위기를 딛고 여전히 젊은 투수들 틈바구니 속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김대우는 스스로를 조연으로 칭한다. 그는 “주연이 될 생각이 없다. 저는 조연이다. 너무 욕심을 내면 안될 것 같다. 항상 뒤에서 조용히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다보면 야구도 잘됐다. 팀이 우선이고 팀을 먼저 생각해야 더 끈끈해진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어깨 부상을 당했고 복귀한 뒤에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39경기 2승2패 9홀드 평균자책점 5.09에 머물렀다. 지나간 일은 잊었다. 지난해 부상 당시를 떠올린 그는 “페이스가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어쩔 수 있나.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하고 유지도 잘 해야 한다. 또 배우는 과정이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몸관리도 누구보다 열심히고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을 자신도 있다. “과거에는 힘으로만 하다가 부상도 당했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기고 버티는 힘이 생겼다”라고 말하는 김대우다.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버티는 이유. 자기 자신을 위한 것도 있지만 이제 롯데를 이끌어야 하는 젊은 투수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김대우는 “어린 친구들한테 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운동을 많이 하긴 한다. 그런만큼 도움이 된다”라면서 “제가 솔선수범을 해서 보여주고 이런 문화를 잡아놔야 어린 친구들도 나를 보면서 ‘이렇게 해야 야구를 오래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물론 강요는 안한다. 하지만 제가 보여줘야 어린 친구들도 따라한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조금씩 문화가 정착되고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인다. 그는 “작년부터 확실히 많이 바뀌었다. (김)원중이나 (구)승민이 등 기존에 있는 선수들은 예전부터 계속 열심히 하고 있고 팀의 기강도 잡아주고 있다”라면서 “올해 캠프를 보면 확실히 작년보다 좋아졌다. 어린 친구들 생각도 많이 바뀌어가는 가면서 열심히 운동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MZ세대 특유의 당돌함도 한 몫하고 있다고. 김대우는 “예전에는 어린 선수들이 위축되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친구들 성향은 다른 것 같다. 금방 적응을 하는 것 같다”라며 “(최)준용이나 (김)진욱이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야구를 잘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스스로 운동하고 집중하는 문화가 잘 만들어지는 것 같다”라면서 투수진의 문화가 변하고 정착되어가는 과정을 전했다.

이제 선배가 보여주며 분위기를 만들고 끌어주는 문화가 거의 정착되어 가고 있다. 과거의 롯데와는 분명 다르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유망주들이 경쟁을 거쳐 초석을 다지고 투수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김원중, 구승민, 이인복, 박세웅 등의 20대 중후반 선수들부터. 최준용, 김진욱, 이승헌, 김도규, 이강준, 나균안, 이민석 등의 20대 초반의 투수들까지. 성과를 보여줬고 아직 터질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그는 “아직 우리 팀 투수진이 완벽하게 자리잡지는 않았다. 승리조는 굳건하지만 그 뒤를 보필하는 투수들이 조금 약하다고 본다”라고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렇지만 그는 “성장하는 젊은 투수들이 빈 자리를 잘 채워주면 강해질 것이다. 그러면 투수 쪽에서는 이제 거의 건드리지 못할 정도의 투수왕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패 속에서 단단해지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올해 잠재력을 터뜨릴 수도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한 단계 올라서면서 단단하고 무서운 팀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대호 형의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주위에서는 약팀이라고 하는데 강해졌다. 참아왔던 잠재력이 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와일드카드가 아닌 4위 이상을 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팬 분들도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