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했던 체격을 이 악물고 키웠다. 이제는 건강하게, 프로답게 마운드 위에 올라서야 한다는 각오로 스스로를 단련했다. NC 다이노스의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더 정구범(22)은 2년 동안 대가없이 기다렸던 구단에 보답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정구범은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몸을 관리해 보겠다는 이유였다. 육성선수로 전환시킨 뒤 긴 호흡으로 성장을 기다리던 구단 입장에서도 부상 등으로 성장이 정체된 정구범의 행보에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정구범은 당시를 되돌아보며 "구단에서 먼저 벌크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저는 '벌크업을 할거면 미국에 가서 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라며 "목표치를 말씀드렸고 달성해서 돌아오겠다고 했다. 구단에서 감사하게도 허락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팀의 최고 유망주를 다른 나라로 보내는 제3자가 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구단의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의 리스크가 있었다. 구단과 정구범은 약속을 했고 위험요소를 제거했다. 정구범은 "운동을 한 종목과 어떻게 공을 던졌는지, 던진 투구수, 그리고 체중 변화를 매주 구단에 보고했다"라고 설명했다.
목표로 했던 증량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71kg의 체중은 현재 87kg까지 늘어난 상태다. "현재가 인생 최고 몸무게다. 원하던대로 체중이 늘어나서 뿌듯하다"라고 웃은 정구범이다.
하지만 증량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체질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어려웠고 먹는 게 버거웠다"라면서도 "일단 무작정 많이 먹었다. 한 번에 많이 먹지 못하는 체질이라 4끼로 나눠서 먹었다. 그러더니 80k까지 늘었다. 그 이후에는 좀 버거워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5끼로 나눠서 더 먹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 어떤 음식을 먹으며 증량을 했을까. 미국 특유의 고열량 음식이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집밥 한식, 특히 고기류를 많이 먹었다"라고 웃었다. 식습관의 변화 자체는 없었던 셈.
미국 캔자스시티 지역의 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은 물론 투구까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투수코치님이 계셨고 한국에 있을 때부터 어깨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재활 파트의 트레이너분들과 함께 운동했다. 또 웨이트트레이닝 파트까지, 3파트로 나눠서 훈련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투수들에게 증량은 구속 증가, 공에 실리는 힘을 배가시키는 것이 목적일 때가 많다. 하지만 정구범은 구속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구속은 아예 초점을 두지 않았다. 제 몸 자체가 프로 선수의 몸이 아니었다.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도 구속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고.
체격이 달라진만큼 투구 밸런스를 다시 잡는 것도 현재 정구범의 과제다. 그는 "투구폼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체중에 맞춰서 밸런스를 잡아가고 내 몸에 적응을 하고 있다. 잘 적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0년 최상위 지명 선수의 자존심을 이제는 지켜야 하고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구단의 통큰 결정도 있었기에 이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어떻게 보면 나는 구단의 특혜를 받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올해를 시작으로 구단의 기대에 계속해서 보답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정구범의 투구에 모든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이동욱 감독은 현재 정구범이 2군 캠프에서 착실히 던지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그리고 다른 2군 캠프의 투수들과 같은 잣대로 두고 콜업하겠다고 강조했다. 과연 정구범은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는 몸상태로 1군에 데뷔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