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제대→육성 선수→최저 연봉’ 116번 투수, ERA 1위팀 ‘비밀병기’ 뜬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03.04 03: 32

 육성 선수 신분이다. 등번호는 육성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세 자리 숫자로 116번, 유니폼에는 이름도 적혀 있지 않다. 그럼에도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감독의 눈길을 받고 있다. 선발진의 비밀병기로 꼽히고 있다.
LG 트윈스의 투수 이지강(23)이다. 그는 2019년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85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기록은 없다. 2019년 2군에서 5경기(9이닝) 등판해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00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이지강은 데뷔 첫 해 2군에서 뛰고 2020년 군 입대를 했다. 강원도 화천의 1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현역 복무를 했다. 신병교육대 특성상 군대에서 일과 외 시간은 많지 않았다. 틈틈이 웨이트트레이닝 정도로 몸 관리를 하는 정도였다.

LG 투수 이지강. /LG 트윈스 제공

지난해 제대한 이지강은 육성 선수 신분으로 팀에 복귀했고, 제대 후 몸 상태를 잘 만들어왔다. 연습경기 내용이 좋았다. 2군 코칭스태프의 좋은 평가를 받은 이지강을 류지현 감독도 눈여겨 봤다. 류지현 감독은 “마무리 캠프에서 봤는데 장점이 많았다. 2군 코칭스태프가 1군 스프링캠프 추천을 했다”고 말했다.
프로 4년차가 되는 이지강은 1군이든 2군이든 스프링캠프가 올해 처음이다. 이지강은 신인 때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 캠프에서 훈련을 한 것. 이후 군 복무를 했고 4년째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를 경험하게 됐다. 그것도 1군 캠프에서.
얼떨떨한 상황이지만, 2019년 입단 동기들이 많아서 적응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정용, 정우영, 임준형, 문보경 등이 입단 동기들이다.
류지현 감독은 이지강을 선발 투수로 준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류 감독은 “직구가 장점이고, 체인지업도 좋다. 퀵모션이 굉장히 빠르다.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잘 준비하면 올 시즌 1군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시즌에 들어가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육성 선수 신분이라 1군에는 정식 선수로 등록이 가능한 5월 이후에 올라올 수 있다. 그럼에도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것은 그만큼 재능을 기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보경은 육성 선수로 퓨처스리그에서 4월 한 달 동안 4할대 고타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2군 코칭스태프의 추천으로 5월 1일 정식 선수로 등록되면서 곧장 1군에 콜업됐다. 이후 1군에서 1루수와 3루수로 뛰며 쏠쏠한 활약을 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4할 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문보경의 성공 사례를 올해는 이지강이 준비하고 있다. LG 마운드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였다. 선발진에서 5선발은 확실한 주인이 없는 상황이다. 시범경기까지 좌완 트리오 김윤식, 손주영, 임준형과 우완 배재준, 채지선 등이 테스트를 받게 된다.
1군 기록도 없고, 유니폼에 이름도 없는 ‘116번’ 이지강은 선발진의 다크호스로 준비하고 있다. 5월 이후 1군 마운드에 이지강이 서게 된다면, ‘이지강’ 이름 석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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