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수년째 외국인 투수들의 시대다. 최근 4년 연속 포함 2014년부터 8년간 외국인 선수들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2017년 KIA 양현종이 유일하게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살렸다.
지난해에도 KBO리그 최고 투수는 외국인 좌완 아리엘 미란다(두산)였다. 미란다는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으로 1984년 롯데 최동원이 갖고 있던 기록(223개)을 37년 만에 깼다. 28경기 173⅔이닝 14승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활약한 미란다는 리그 MVP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올해는 토종 투수들의 존재감도 커질 듯하다. 지난해 리그에 없었던 특급 좌완 3명이 한꺼번에 컴백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김광현(34·SSG)과 양현종(34·KIA) 그리고 부상에서 벗어난 구창모(25·NC)까지 있다. 외국인 투수가 대세인 리그에 토종 좌완 빅3 진격이 기대된다.

김광현은 지난 2년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다. 35경기(28선발)에서 10승7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2.97로 수준급 성적을 냈다. 웬만한 외국인 선수 부럽지 않은 김광현답게 4년 총액 151억원 역대 최고 대우를 받고 SSG에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빅리그에서 통한 김광현의 공이라면 특급 활약이 가능하다.
양현종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오랜 꿈을 이뤘다. 마이너리그 포함 부상 없이 한 시즌을 건강하게 보낸 만큼 몸 상태는 문제없다. KIA는 4년 최대 총액 103억원 계약으로 양현종에 믿음을 보였다. KBO 현역 최다승(147승) 투수로 관록을 증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영건 구창모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7월 왼팔 척골 피로 골절 판고정술을 받고 실전 등판 없이 시즌 아웃된 구창모는 재활 막바지 단계에 있다. 부상 전이었던 2020년 15경기 9승1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MVP급 성적을 낸 구창모가 건강하다면 김광현, 양현종 부럽지 않다.
올해부터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를 선언하며 위아래를 기존보다 넓힌다. 현재 실전에서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선 좌우까지 넓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투수의 시대가 예고되는 가운데 토종 빅3 투수들의 복귀로 마운드의 힘이 한층 더 세졌다.
게임 체인저들의 복귀로 리그 판도도 단숨에 바뀌었다. 김광현의 SSG, 양현종의 KIA, 구창모의 NC는 지난해 모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해 화끈한 전력 보강 속에 전년도 5강 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김광현이 온 SSG는 일약 우승 후보로 떠올라 KT와 LG의 양강 체제를 흔들 거대 변수로 등장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