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약물 시대가 올지도…" 선수들도 ML 인기 추락이 두렵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3.10 04: 31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장기화로 야구팬들의 기다림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이대로 계속 시즌이 미뤄지고 축소되면 팬들이 등돌리는 것도 시간 문제. 가뜩이나 야구 인기 하락으로 걱정이 큰데 직장 폐쇄 여파로 리그 흥행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수들도 당장 노사 협상만큼 야구 인기 하락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9일(이하 한국시간) ‘디애슬레틱’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외야수 오스틴 슬레이터(샌프란시스코)는 “야구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스테로이드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994년 8월 중순부터 1995년 4월 초까지 역대 최장 233일 동안 샐러리캡 도입에 반대한 선수노조의 파업으로 야구가 멈췄다. 1994년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포스트시즌 취소와 함께 최초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았고, 1995년 개막도 늦어지며 144경기 단축 시즌을 치렀다. 

[사진] 오스틴 슬레이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구에 환멸을 느낀 팬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한동안 메이저리그는 관중과 시청률 모두 떨어졌다. 흥행 실패로 암흑기를 걷던 메이저리그 인기를 살린 건 ‘야구의 꽃’ 홈런이었다. 특히 1998년 역대 최초 70홈런 시대를 연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레이스가 결정적이었다. 
이어 2001년 배리 본즈가 역대 한 시즌 최다 72홈런을 터뜨리며 정점을 찍었지만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일부 선수들의 폭로와 전직 상원의원 조지 미첼이 이끈 약물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금지 약물로 만들어진 기록으로 드러났다. 구단주들이 인기 회복을 위해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묵인한 ‘스테로이드 시대’였다. 
[사진]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역사를 잘 아는 슬레이터는 야구 인기 하락과 그에 따른 부정의 시대가 올까 걱정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선수노조 캠프에서 훈련 중인 그는 “우리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선수로서 공정한 거래를 원할 뿐이다. 구단주들이 합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투수 블레이크 트레이넨(LA 다저스)은 “팬들이 안쓰럽다. 선수 생활을 한 것보다 팬으로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관중석의 팬들이 그립다. 시즌이 열리길 원한다. 팬들은 야구를 훌륭하게 만든다. 우리는 팬들 앞에서 옳은 일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수 카일 헨드릭스(시카고 컵스)도 “야구는 필드에 있어야 한다.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게 야구의 전부”라면서 “2020년 코로나 시즌이 생각난다. 정말 끔찍했다. 아이들과 모든 사람들을 위해 몇 달 동안 야구를 잃어선 안 된다”며 하루빨리 시즌이 정상적으로 열리길 바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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