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친정팀 한화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낸 류현진(35·토론토)이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기원하고 떠났다. 덕담으로 끝날지, 아니면 기막힌 예언이 될지 주목된다.
노사 갈등이 봉합되면서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가 해제된 11일. 한화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몸을 만들던 류현진도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캠프를 떠났다. 지난달 3일 거제 1차 캠프부터 대전 2차 캠프까지 37일의 동행이었다.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가 장기화되면서 미국 출국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진 류현진은 국내에서 훈련할 장소가 마땅치 않자 ‘친정’을 찾았다. 한화에 캠프 합류를 요청했고, 현역 메이저리거와 함께할 기회를 한화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거제 캠프 합류 당시만 해도 류현진은 “아는 선수가 거의 없다. 다른 팀 캠프에 온 느낌이다. 나이로 봐도 (정)우람이형 다음으로 내가 두 번째로 많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지났다”며 10년 사이의 변화에 조금은 낯설어했다.
하지만 후배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금세 가까워졌다. 훈련 외에도 매일 선수들에게 밥을 사면서 선후배의 정을 쌓았다.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이 불투명해 답답한 상황에서도 후배들과 함께한 시간은 즐겁고 특별했다. 한화 선수들도 “현진이형이 있는 것만으로도, 같이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입을 모았다. 류현진의 훈련 루틴과 투구를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지나가면서 툭툭 건네는 조언과 농담 한마디, 눈빛 시선만으로도 선수들에겐 크게 와닿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한화의 최고참 투수 정우람에게도 빅리거 류현진은 배움의 대상이었다. 그는 “현진이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옆에서 유심히 보니 배울 게 많다. 좋은 투수의 표본은 하체가 안정돼 있는데 현진이 역시 그렇더라. 왜 좋은 공을 오랫동안 던지는지 알 수 있다”며 “자기 관리부터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지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캠프 마지막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 앞에 섰다. “같이 하면서 즐거웠다. 올 시즌 모두 부상 없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건강하고, 아프지 말라”며 “많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바라겠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선수들과 기념 사진도 찍은 류현진은 “오랜만에 한화 선수들이 같이 해서 너무 좋았다. 거의 10년 만이었는데 선수들과도 많이 친해졌다”며 웃은 뒤 올해 한화 성적에 대해서도 “잘할 것이라 믿는다. 5강 갈 것이다”고 자신했다.
류현진은 캠프 기간 한화 후배들의 훈련 과정을 직접 보며 “올해 잘할 것 같은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평소 실없는 말을 하지 않는 류현진의 화법이라면 으레 하는 격려나 덕담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류현진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지난 7일 투수조 상대 특별강연을 갖기도 했다. 류현진 효과로 한화 투수들이 한 단계씩 발전하면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내지 말란 법은 없다. 최하위 후보 한화가 류현진의 5강 예언을 현실로 만들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