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1이닝 무실점,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말그대로 시범경기 평범한 투구 내용이다. 그러나 감독은 두 팔 벌려 기뻐했다. “큰 의미가 있다”고 반겼다.
무려 4년 만에 공식 경기 등판, 1446일 만에 공식 기록을 남겼다. LG 투수 임정우(31)가 시범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복귀를 알렸다. 오랜 질곡의 시간을 보낸 그는 마침내 건강한 몸 상태를 보여줬고, 직구 구속은 최고 146km까지 나왔다.
임정우는 2011년 SK(현 SSG)에 입단해 2012년 FA 조인성의 보상 선수로 LG로 이적했다. 1군 무대에서 불펜 투수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임정우는 2016시즌 깜짝 활약을 했다. LG 마무리 투수를 맡아서 67경기 3승 8패 28세이브 평균자책점 3.82로 활약했다. 초보 마무리로서 실패도 있었지만, 불안했던 LG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그러나 아픔도 있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는데, 어깨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재활을 거쳐 2017년 8월에서야 1군에서 시즌 첫 등판했는데, 17경기(16.2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임정우는 서서히 회복하는 듯 했는데, 이후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 2018년 3월 27일 넥센전에서 0.1이닝을 던진 것이 공식 경기 마지막 기록이다. 팔꿈치 부상으로 일본에서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다.
임정우는 재활을 하면서 군 복무에 들어갔다. 2019년 1월 군 입대, 2020년 11월 군 복무를 마쳤다. 2021시즌 복귀를 준비했으나, 재활을 반복하면서 1군은 물론 2군에서도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그렇게 재활과 군 복무로 4년의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한때 LG 마무리로 반짝였던 시간은 점점 잊혀져 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임정우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돼 차근차근 1군 복귀를 준비했다. 지난 4일 NC와의 캠프 연습경기에 등판해 0.1이닝 3실점으로 쓴맛을 봤다.
그리곤 시범경기. 임정우는 12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 등판, 1446일 만에 공식 기록을 다시 남겼다.
임정우는 9회 등판해 첫 타자 심우준을 2루수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직구 2개를 던졌는데, 144km와 146km 구속이 나왔다. 신인 타자 안현민은 슬라이더 3개로 헛스윙 3번을 이끌어내 삼진을 잡아냈다. 2사 후 김병희를 투수 땅볼로 처리해 경기를 끝냈다. 1이닝 1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 3타자를 9구로 끝냈고, 최고 146km 직구를 던졌다.
LG는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이 1위였다. 150km 중반의 강속구를 뿌리는 마무리 고우석, 셋업맨 정우영과 필승조 이정용, 좌완 김대유, 최성훈 등 불펜이 두터웠다. 6년 전 마무리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임정우가 가세한다면, LG 불펜은 얼마나 두터워질지 기대된다.
류지현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선발 후보 손주영의 호투를 칭찬하면서 “임정우의 투구 내용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며 4년 만에 복귀전을 치른 임정우를 콕 집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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