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작년 12월 박건우가 NC로 떠났을 때만 해도 미래가 암울했지만 치열한 경쟁이 언제 그랬냐는 듯 희망을 비추고 있다. 사령탑이 결정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오디션 열기가 뜨겁다.
두산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박건우가 6년 총액 100억원에 NC로 이적하며 라인업에 큰 구멍이 생겼다. 박건우는 2015년부터 7년 연속 3할 타율을 해낸 수준급 중심타자로, 2016년부터 2년 연속 20홈런, 2017년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 등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와 특유의 위치선정을 앞세워 우익수 자리를 든든히 지켰다.
올해도 연례행사처럼 핵심 전력이 타 팀으로 떠난 두산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부터 대체자를 물색했다. 일단 가장 유력한 후보로 최근 몇 년간 제4의 외야수를 담당했던 김인태를 거론한 가운데 박건우의 보상선수로 내, 외야가 모두 가능한 강진성을 지명하며 우익수 오디션 참가 선수를 확정했다. 김태형 감독은 캠프 시작과 함께 우익수 경쟁은 2파전이라고 알리며 두 선수를 유심히 지켜봤다.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장점이 뚜렷하다. 먼저 김인태는 북일고를 나와 2013 두산 1라운드 4순위 지명을 받은 기대주로, 2018시즌부터 조금씩 두각을 드러낸 뒤 대타 요원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신 스틸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부진에 빠진 정수빈을 대신해 잠시 주전을 맡아 커리어 최다인 133경기 타율 2할5푼9리 8홈런 46타점을 남겼다. 풀타임 외야수로서의 가능성을 본 한해였다.
2013년 1군에 데뷔한 강진성은 NC 시절인 2020년 121경기 타율 3할9리 12홈런 70타점을 몰아치며 마침내 무명 생활을 청산했다. 결정적 순간마다 홈런과 안타를 때려내는 ‘1일 1깡’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작년에는 새끼발가락 부상으로 수치가 하락했지만 두산 이적 후 건강한 몸 상태와 함께 내, 외야가 모두 가능한 자원으로 변신했다. 1루수로 유명한 강진성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외야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경찰청 선후배인 이들은 이천, 울산 스프링캠프를 통해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 김인태는 1년 선배인 새 식구 강진성의 두산 적응을 도왔고, 강진성은 김인태를 믿고 의지하며 빠르게 새 팀에 적응했다. 또 그라운드에서는 우익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시범경기가 2경기 진행된 현재 김인태는 타율 2할, 강진성은 3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타율과 관계없이 공수 모두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결국 우익수 경쟁의 최종 승자는 시범경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확정될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은 “김인태, 강진성 둘 다 워낙 타격감이 좋다. 그래서 특별히 정하진 않았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선발 우익수는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 컨디션이 누가 더 좋은지 체크해보겠다”고 플랜을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