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출을 당하며 현역 연장을 고민했던 투수들이 맞나 싶다. 올 시즌 두산맨이 된 베테랑투수 임창민(37)과 김지용(34)이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사령탑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두산은 작년 12월 초 임창민을 연봉 1억2천만원, 김지용을 6천만원에 각각 영입하며 불펜을 보강했다. 지난 몇 년간 트레이드를 통해 구원투수를 데려왔다면 이번에는 방출시장 쪽으로 눈을 돌려 과거 NC, LG에서 수준급 필승조로 활약했던 자원들을 품었다. 두산은 이들의 녹슬지 않은 구위, 풍부한 경험, 현역 연장을 향한 간절함 등을 높이 샀다.
연세대를 나와 2008년 현대 2차 2라운드 11순위 지명을 받은 임창민은 2013년 NC로 이적해 신생팀의 특급 필승조로 이름을 날렸다. 2015년 31세이브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3년 연속 25세이브를 달성했고, 2020년 통합우승에 이어 작년에도 46경기 3패 17홀드 평균자책점 3.79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NC의 리빌딩 정책에 의해 방출 통보를 받았다.


김지용은 대기만성형 투수다. 강릉영동대를 나와 2010년 LG 9라운드 65순위의 하위 지명을 받았지만 인고의 시간을 거쳐 2016년 51경기 3승 4패 17홀드 평균자책점 3.57로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그러나 2018년 팔꿈치 수술을 기점으로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했고, 지난 시즌 LG의 젊은 필승조에 밀려 3경기밖에 1군을 밟지 못하고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임창민과 김지용은 두산 입단과 함께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2022시즌을 준비했다. 이천, 울산 스프링캠프에서 착실히 몸을 만든 결과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곧바로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임창민은 12일 고척 키움전에서 1이닝 3탈삼진 무실점 탈삼진쇼를 선보였고, 김지용도 13일 고척 키움전에서 1⅓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전망을 밝혔다.
![[OSNE=고척, 김성락 기자]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KBO리그 시범경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2사 1루 두산 김지용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3.13 /ksl0919@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2/03/15/202203150132774503_622f6ee3b22df.jpeg)
사령탑도 두 선수의 잇따른 호투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14일 수원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김지용의 경우 아직 베스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경험이 있어서 공 던지는 패턴, 볼배합이 확실히 젊은 선수들보다 좋아 보였다”며 “임창민, 김지용 모두 기존 선수들보다 공, 경험 등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올 시즌 필승조 기용을 생각하고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두산은 지난 2019년에도 소속팀이 없는 베테랑 투수를 영입해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당시 한화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36살 좌완 권혁과 연봉 2억원에 계약을 맺었고, 권혁은 첫해 57경기 2승 2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91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두 선수도 마찬가지다. 부상 없이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권혁의 뒤를 이어 방출선수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올해도 두산 구단 특유의 혜안이 ‘저비용 고효율’ 불펜 보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