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똑같은 좌타 유격수…환골탈태 방출생, 주전 가능할까요?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3.18 09: 18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경쟁이 예상보다 더 불꽃이 튀고 있다.
롯데는 스프링캠프 직전 삼성과 트레이드로 이학주를 영입했다. 딕슨 마차도와 결별하면서 생긴 유격수 자리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트레이드 결심이었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팀에 필요한 좌타자, 스피드, 유격수 등 3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시장의 선수가 이학주였다”라고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 시절 태도 논란이 있었지만 롯데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이학주를 보듬으며 펼치지 못한 재능을 만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학주도 “피땀 흘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라며 개과천선을 다짐했다. 그렇게 이학주는 롯데에 녹아들면서 주전 유격수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듯 했다. 기존 자원이었던 김민수와 배성근도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범경기에 들어서자 비교적 경쟁의 후순위에 머물던 유격수가 맹활약 중이다. 이학주와 같은 유형의 발 빠른 좌타 유격수 박승욱(30)이 그 주인공이다. 박승욱은 현재 롯데의 시범경기 4경기 중 3경기에서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2경기는 리드오프, 1경기는 2번 타자로 모두 테이블세터진에 배치됐다. 3경기 성적은 10타수 4안타 4타점 1득점 OPS 1.062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17일 시범경기 사직 두산전에서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1회 좌전 안타를 때려낸 뒤 3회말 1사 1루에서 우중간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적시 3루타로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가볍게 멀티히트. 수비에서도 비교적 깔끔한 몸놀림으로 타구를 처리했다.

롯데 박승욱(앞)-이학주(뒤) /OSEN DB

2012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31순위로 SK(현 SSG)의 지명을 받은 박승욱이다. 빠른 발과 운동 신경으로 SK의 차세대 주전 유격수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타격 재능이 뛰어났고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기를 기다렸다. 2017년 73경기 타율 2할3리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지만 유격수로 68경기(46선발) 443이닝을 소화했다. 2018년은 SK의 우승시즌. 이 해 박승욱도 유격수로 정규시즌 2018년 37경기(16선발) 172⅓이닝을 뛰었다.
하지만 박승욱의 유격수 출장 빈도는 점점 줄었다. 타격에 비해 수비가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2019년 KT로 트레이드됐다. KT에서도 유격수 백업 자리를 노렸지만 끝내 자리잡지 못했다. 1루수나 2루수로 출장하는 횟수가 점점 더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KT에서는 1루수로 41경기(17선발) 171⅔이닝, 2루수로 4경기(2선발) 12이닝을 소화했다. 유격수로는 1경기도 출장하지 못했다.결국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방출 통보를 받으면서 KT의 창단 첫 우승을 먼 발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KT의 전 동료들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박승욱은 롯데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교육리그 등에 출장하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뽐냈다. 입단테스트 과정에서 롯데는 큰 고민 없이 박승욱과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 이후 박승욱은 다시 절치부심했고 환골탈태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유격수 자리에서 다시 기회를 받았고 이제 주전 경쟁까지 불붙게 하고 있다.
현재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적생 이학주는 스프링캠프 막판 시뮬레이션 경기 도중 오른손 새끼손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입고 재활 중이다. 거의 회복된 상태지만 래리 서튼 감독은 이학주를 자제 시키고 있다. 서튼 감독은 17일 경기를 앞두고 “이학주가 오늘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다고 한다”라고 전하며 경쟁자의 맹타에 몸이 달아올랐다는 것을 넌지시 밝혔다.
다른 팀이지만 한때는 미래의 주전 유격수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2개 팀을 거치면서 ‘유격수 불가’라는 암묵적인 낙인 속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듯 했다. 그러나 박승욱은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기 위해 환골탈태했고 못다한 주전 자리를 다시 노리고 있다. /jhrae@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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