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1일 키움은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외야수 송우현을 전격 방출했다. 당시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이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엄중한 시기에 만취 상태로 술을 마신 송우현을 선처없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처리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여러 가지로 구단이 많이 힘든 상황이다. 여러 차례 주의를 줬음에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다. 구단 구성원 모두에게 경각심을 줘야 했다”고 송우현 방출 배경을 밝혔다.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던 선수를 한 번에 잘랐으니 읍참마속의 결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주운전을 비롯해 선수들의 사건사고를 근절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 그런데 이후 키움의 행태는 무척 이중적이었다. 코로나 방역 수칙으로 징계를 받던 한현희와 안우진을 시즌 끝까지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홍원기 감독부터 말을 바꿨다. 시즌 막판 5강 싸움이 치열해지자 슬그머니 두 선수를 복귀시켰다.

시즌 후에는 KT에서 방출된 내야수 강민국을 데려왔다. 강민국은 NC 신인 시절인 지난 2014년 1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사실이 2018년 11월 KT로 트레이드된 이후 뒤늦게 밝혀졌다. 4개월 전 송우현을 칼같은 자른 구단이 또 다른 음주운전 전력자를 영입한 것이다.

이건 약과였다. 키움은 2019년, 2011년, 2016년 3차례 음주운전에 적발된 ‘전직 빅리거’ 내야수 강정호와 계약을 18일 깜짝 발표했다. 지난 2020년 5월 KBO에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하며 국내 복귀 뜻을 밝힌 뒤 2년 만이다. 당시 강정호는 사과 기자회견까지 열어 팬들에 용서를 구했지만 거센 여론 반발에 부딪쳐 복귀 뜻을 접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키움 구단 차원에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KBO에 강정호의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하기에 앞서 강정호와 2022시즌 계약을 체결했다. 고형욱 단장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와 3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영입 의사를 전했다. KBO로부터 1년 유기 실격 처분을 받은 강정호는 올 시즌 당장은 뛸 수 없지만 내년 시즌 정상 전력으로 활용 가능하다.

고형욱 단장은 “40년 넘게 살아온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야구 선수로서 마무리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7개월 전 송우현을 내칠 때 냉정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음주운전 3회 강정호에게 선배의 아량을 베풀었는데 한 번 실수한 송우현도 다시 받아주는 게 어떨까. 그러면 또 논란이 될지언정 이중적이진 않을 것 같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