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를 수도 없다".
키움 히어로즈가 18일 음주운전 삼진아웃을 당한 강정호와 계약하고 KBO에 임의 탈퇴 해제 신청을 했다. 이미 선수등록 시점에서 1년 실격 처분 징계를 받기 때문에 내년에야 뛸 수 있다.
키움은 2년 전 강정호의 복귀를 추진하다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복귀를 재추진했다. 고형욱 단장은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무를 수도 없다"는 배째라식 표현까지 했다.

KBO가 2년 전 확정한 징계를 이행만 하면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 당장 비등해지는 비난 여론도 감수하고 강행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1년의 징계기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수도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절차적 문제가 없으니 떳떳하다고 여기겠지만 순서는 틀렸다. 야구단의 행정을 책임지는 단장이라면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복귀 철회 이후 또 2년의 자숙 시간을 보냈다. 참회의 진심을 보인다면 팬심이 달라질 수도 있다.
복귀를 강행한 고형욱 단장은 "40년 이상 야구를 했던 선배로서 사과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이유를 밝혔다. 야구인의 선배로서 전도 유망했던 후배가 법의 심판을 받고 야구를 못하니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건 사적인 감정일 뿐이다.
음주운전은 인명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다. 그것도 세 번이나 했다. 열번이든 백번이든 용서를 빌어야 팬들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 팬이 있어야 야구도 있다. 감정적 용서 절차 없이 계약하고, KBO에 임의탈퇴 신청하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했다.
또 하나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사회적 지탄을 받은 선수를 복귀시키면 따르는 비난은 예상했을 것이다. 구단 이미지에 상처를 입는 일이다. 내부적으로 최고위층의 결단이 없으면 힘든 사항이다. 횡령과 배임 혐의로 영구실격된 이장석 최대주주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이다.
더욱이 음주운전 혐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송우현을 방출하더니 음주 삼진아웃을 당한 강정호를 복귀시켰다. 스스로도 궁색했는지 송우현도 복귀 시킬 움직임도 보인다. 도무지 원칙이 그때 그때 바뀌는 키움의 행보에 다시 한 번 팬심이 부글거리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