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페이퍼' 일상화…마차도 공백 채울 새로운 비책될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3.20 05: 17

올해 롯데 자이언츠 포지션 중 가장 화두는 역시 유격수다. 2년 간 유격수 자리에서 넓은 범위를 책임졌던 딕슨 마차도와 결별하면서 생긴 공백을 국내 선수들로 채워야 한다.
시범경기에서는 지난해 KT에서 방출된 이후 입단테스트를 거쳐 새출발 기회를 얻은 박승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존 유격수 후보들인 김민수, 배성근은 착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재 손가락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학주도 재능 만으로는 주전 유격수 감이다.
그러나 마차도만큼의 안정적인 수비력을 꾸준히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어려운 주문이다. 냉정히 말해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마차도가 수비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보이는 것 이상이었다. 송구 능력과 풋워크, 핸들링을 떠나서 일단 책임지고 있던 수비 범위 자체가 워낙 컸다. 타고난 부분이다. 내야진을 리딩하는 능력까지 보유했다.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마차도의 공백을 한명의 인적자원으로 온전히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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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을 최소화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넓은 수비 범위를 책임졌던 선수가 사라지면 선수 개개인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구단과 코칭스태프 차원에서도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어쨌든 마차도와의 결별도 염두에 두면서 구단은 수비력 강화를 차근차근 준비는 하고 있었다.
일단 지난해 롯데는 경기에 나서는 2군 선수들에게 상대 타자들의 타구 데이터와 예상 수비 위치들이 담긴 ‘수비 페이퍼’를 지참하고 그라운드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사실상 의무사항으로 정하며 습관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코칭스태프의 상황에 따른 주문이 있겠지만 선수들 스스로 수비 페이퍼에 담긴 데이터에 의해 수비 시프트를 설정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익숙하지 않았기에 어색함은 있었지만 수비 페이퍼 지참 문화가 정착됐다.
2군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에게 적응을 시킨 뒤 1군 선수단에도 적극적으로 적용을 시켰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험을 믿으면서도 데이터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수비 페이퍼를 보면서 수비 위치를 설정하다보면 노하우가 쌓이게 되고 응용도 할 수 있게 된다. 롯데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지난해보다 수비 위치 이동이 많아졌다. 래리 서튼 감독은 수비 시프트를 잘 활용했지만 올해는 좀 더 세밀하면서 과감한 수비 시프트를 펼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를 수비 페이퍼에 담았고 적극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다. 마차도가 책임졌던 본능적인 수비 범위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측해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래리 서튼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시프트 카드(수비 페이퍼)를 들고 있고 카드를 확인한다. 내야진의 경우 안치홍이나 유격수 자리에 들어서는 센터라인 내야수들이 주로 움직임을 주도한다. 3루수 한동희도 상황에 따라서 자기 위치를 잘 찾아간다. 외야진은 경험이 많은 전준우가 주도해서 이동을 한다”라면서 “이제는 모든 야수들이 코칭스태프가 지시하기 전에 수비 위치를 어디에 잡아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수비 위치를 선정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차도가 빠지면서 롯데 수비진 전체가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했다. 문규현 수석코치는 비시즌 동안 한동희 등의 선수들에게 수비 위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수비 페이퍼의 일상화, 자발적인 수비 시프트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는 마차도의 공백을 어느정도로 채울 수 있을까. 현재의 수비 포메이션 전략이 정규시즌에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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