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최고 기대주로 떠오른 당시의 투구를 연상시켰다. 롯데 자이언츠 5선발 후보 이승헌(24)이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올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승헌은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 3-3으로 맞선 4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와 4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피칭을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이승헌은 최고 143km의 패스트볼(27개)과 체인지업 11개, 슬라이더 8개를 구사하며 4이닝을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4회 선두타자 정현에게 볼넷을 내줬고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박대온에게 희생번트를 대줬다. 1사 3루 실점 위기였지만 김한별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해 3루 선행주자를 아웃시켰고 이후 박건우를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3회부터 7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로 출루시키지 않고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정현에게 볼넷을 내준 뒤 12타자를 내리 범타로 돌려세웠다.
지난 2020년, 미국 드라이브라인 트레이닝센터에 다녀온 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줬던 이승헌이다. 196cm 장신에 걸맞는 투구폼과 밸런스를 찾았다. 140km 초반대에 머물던 구속은 140km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당시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불의의 부상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후반기에 돌아온 이승헌은 다시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선발 기대주의 모습을 확실히 선보였다. 8경기 3승2패 평균자책점 4.66의 기록을 남긴 채 2021년을 기약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측 중지 건초염으로 고전했다. 구속과 제구 모두 찾지 못한 채 방황했고 16경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77의 성적에 머물렀다.
올해 부활을 다짐한 이승헌이다. 다시 한 번 5선발 후보군에 포함돼 경쟁을 펼치고 있다.이날 선발 등판한 최준용과 좌완 김진욱 등이 경쟁자다. 쉽지 않은 경쟁.
하지만 이날 이승헌은 경쟁자들에 뒤쳐지지 않는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최고 구속은 143km에 머물렀지만 제구와 밸런스가 완벽하게 스트라이크 34개 볼 12개였다. 투심성 무브먼트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그리고 슬라이더가 절묘하게 제구되며 4이닝을 순식간에 지웠다. 2020년 기대주로 떠올랐던 당시를 연상하게 했다.
경기 후 이승헌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니까 편하게 이닝을 끌어갈 수 있었다. 구속보다는 제구에 신경쓰다 보니까 승부하기 쉬웠다”라면서 “지난해는 제구가 안되다 보니까 힘들었는데 스트라이크 많이 던지려고 포커스를 맞췄다”라고 이날 호투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20년 좋았던 시기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는 “2020년 영상을 많이 보려고 한다. 그때는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고 했고 멋 모르고 과감하게 승부를 했다. 그때 영상을 많이 찾아서 당시 승부 모습도 보고 폼도 찾아서 보려고 한다”라며 부활을 위한 마인드컨트롤을 설명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