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내야는 2루수 정은원, 유격수 하주석, 3루수 노시환이 고정돼 있다. 1루수는 이성곤이 가장 앞서있지만 주전 확정은 아니다. 타격이 가장 강해야 할 포지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1루 포지션을 쉽게 확정짓지 않고 있다. 상황에 따라 노시환을 1루로 옮기는 파격적인 그림을 그리며 경쟁을 붙이고 있다.
수베로 감독의 이 묘안은 내외야 모두 커버 가능한 ‘멀티맨’ 김태연이 있어 가능하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은 타고난 운동능력이 좋다. 3루, 2루, 외야 모두 수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시즌 시작은 외야수로 하겠지만 1루수들의 생산력을 봐야 한다. 1루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노시환이 1루로 가고 김태연이 3루로 들어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레전드’ 김태균이 2020년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한화의 1루는 무주공산이 됐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가 주전 1루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타격 부진 끝에 전반기를 마치지 못하고 방출됐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은 외야수로 1루 자리는 국내 선수들의 경쟁이 펼쳐진다.

지난해 시즌 중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성곤이 60경기 타율 2할6푼7리 1홈런 24타점 OPS .758로 쏠쏠한 활약을 했지만 확실하게 자기 자리로 만들지는 못했다. 지난 5일 키움과의 연습경기에서 끝내기 역전 홈런을 터뜨렸지만 시범경기에 들어선 7경기 19타수 4안타 타율 2할1푼1리 3타점 1볼넷 8삼진으로 주춤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급성장한 2년차 거포 유망주 정민규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시범경기에서 8경기 23타수 5안타로 타율은 2할1푼7리에 불과하지만 홈런 1개와 펜스를 맞힌 홈런성 2루타 2개 포함 9타점으로 장타력과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범경기 타점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수베로 감독은 “정민규도 1루수 후보 중 한 명이다. 아직 20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이지만 타격 재능이 확실해 앞으로 크게 될 것으로 본다. 노시환처럼 커리어 초반 타율이 낮아도 장타 포텐셜을 보여줄 수 있다. 수비도 출중해 3루수로도 기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성곤이나 정민규가 1루에서 자리를 잡는 게 한화로선 가장 이상적이다. 좌타자 이성곤과 우타자 정민규가 플래툰으로 가동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는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늘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수베로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노시환을 시범경기에서 틈틈이 1루수로 기용하며 1루수들의 분발을 유도하고 있다.
김태연의 외야 수비 적응력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이 외야보다 내야 수비가 좋은 건 부정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3루 수비에서 보여주는 김태연의 움직임이 워낙 좋다. 외야 수비도 지금까지 무난하게 적응 중이지만 시즌 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변화가 필요하다면 3루수 김태연-1루수 노시환으로 내야 핫코너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