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데르쿠르 감독 "봉준호 감독처럼 배우들 자유롭게"('배니싱:미제사건')[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3.23 18: 30

 “제가 (각본을) 쓰고 연출할 수 있었다는 건 영광이었고 좋은 작업이었다. 너무 훌륭한 배우, 제작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은 기회였다.”
프랑스 출신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23일 오후(한국 시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한국 관객들도 영화를 문화의 일부로 여기기 때문에 제 영화를 한국에서 선보인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다”라며 이같은 소감을 남겼다.
이달 30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수입 조이앤시네마, 배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박진호(유연석)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의 공조 수사를 그린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 프랑스 영화인데 서울과 인천 등을 오가며 한국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을 마쳤다. 국내 개봉은 수입사를 통해 이뤄지게 됐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미니멀하게 스릴러를 만들었다. 사실 스릴러는 사전 준비작업에 시간이 많이 든다. 제가 이번에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투머치 하지 않게 접근하자는 거였다. 스토리가 너무 방대하게 들어가면, 관객들의 머리속에 들어가서 쉽게 전개되기 힘든 거 같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영화 자체를 감독, 스태프, 관객들의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만든 영화 스토리가) 관객의 머리속에 들어가서 전개돼야 하는데 너무 복잡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제가 사전에 각본을 많이 써 놓고, 장면도 많이 찍는다. 그러고나서 많은 것들을 편집실로 가져가서 미니멀하게 자르는 게 제 역할이다. 그렇게 최소화해서 접근해야 관객에게 다가가는 게 더 강력한 거 같다”는 연출 방향을 전했다.
이번 영화는 유연석, 예지원, 최무성, 이승준, 성지루, 박소이 등 한국배우들과 할리우드에서 활동해온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 배우 올가 쿠릴렌코,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호흡을 맞춘 글로벌 프로젝트다.
‘배니싱: 미제사건’의 간략한 스토리를 살펴 보자면, 의문의 변사체가 개울가에 놓인 가방 안에서 발견되자 진호가 급히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손가락 지문이 심각하게 훼손돼 바로 신원을 알 수 없게 되자 진호는 알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는 훼손된 표피에서 조심스럽게 조직을 떼어내 남은 지문과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식으로 국적과 신분, 살해 방식을 추적한다. 결국 진호와 강력계 형사(성지루 분)는 법의학자와 공조해 장기매매를 일삼는 국내 범죄 집단의 전말을 밝히게 된다. 하지만 알리스의 통역사 미숙(예지원 분)이 예상 밖 결단을 내린다.
이에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클리셰들을 버렸다. 제가 한국을 영화적으로만 접근한다면 (한국형 스릴러)클리셰에 갇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평소에 한국영화 관람을 즐긴다는 드니 데르쿠르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굉장히 좋아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보고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 근데 저는 (한국)작품들을 보고 나서 (연출할 때는)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한국 스릴러의 정신은 기억하려고 했다. 특히 한국 경찰들이 수사과정을 어떻게 그리는지 캐치해서 제 영화에 참고했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그는 “봉준호 감독은 작품 안에서 배우들을 놀게 한다고 할까?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두는 거 같다. 그래서 저도 한국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했다”며 “다만 이번에 제가 느낀 한국은 어떤 측면에서 어려웠다. 제가 느낀 한국사람들은 친절하고 남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 한국에 대해 좋은 점을 경험하면서 한국의 악당들에 대한 영화를 찍는 게 어려웠다”고 짚었다.
한국배우 및 스태프에 대해 느낀 게 있느냐는 물음에 “모든 사람들이 꼼꼼하게 준비해놓고 현장에 온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제가 영화를 찍으면서 친구들에게 전화통화로 ‘한국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가 미스터리가 아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라 인기가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만의 특징을 전해 웃음을 안겼다.
“한국 촬영장만의 특색은 다들 너무 부지런하게, 열심히 작업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제가 유럽에서 이메일을 보내면 한국은 그 시간에 이미 밤인데 즉각적으로 답메일이 왔다. 그래서 '한국은 쉬지도 않고 24시간 일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웃음) 그게 한국의 특색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스타 시스템에도 특색이 있더라. 한국 스타들은 다른 나라 스타들보다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을 신격화해서 대우하더라. 사람들이 스타들을 신처럼 대하는데, 스타들은 스타 의식 없이 일반인처럼 행동한다. 스타들 자체는 허례허식 없이 평범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게 흥미로웠다. 근데 저는 한국에서 스타가 되고 싶지 않다. 모두가 스타만 쳐다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울 거 같다. 스타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있는 거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전했다.
“너무 다른 문화적 요소를 영화에 집어넣다 보면, 어떨 때는 굉장히 애매해서 소화불량의 결과물이 나오는 거 같다. 저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저만의 비밀은 서로 다른 것을 인지하고, 공유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는데, 저도 프랑스인이지만 독일이라는 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다름에 대한 인식은 갖고 있다. 이 영화가 글로벌 프로젝트지만 (국가를 넘어) 모든 인간의 감정은 보편적이다. 그래서 감정을 나누는 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이달 30일 극장 개봉을 앞둔 그는 “영화를 사랑하고 좋은 영화를 만드는 한국에서 제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꿈이 이루어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기분좋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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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이앤시네마,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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