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9년차 좌완 김유영(28)은 생각이 깊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선수다.
고민의 결과가 그라운드에서 성적으로 나와야 하는 게 야구선수의 숙명. 하지만 김유영은 그동안의 고민이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4년 1차 지명 좌완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2017년 40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4.44로 나름대로 활약을 한 게 전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허리, 어깨 등 잔부상에 시달렸다. 2년 간 38경기 평균자책점 6.57(26이닝 19자책점)에 그쳤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시범경기지만 심상치 않다. 3경기 4이닝 10탈삼진 1볼넷 무실점 역투. 13타자를 상대하며 출루는 볼넷은 1개 뿐이고 10타자를 추풍낙엽처럼 돌려세웠다.

달라진 점을 물었다.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달라진 게 너무 많다. 그동안 여러가지 시도하며 배웠던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잘 안맞던 것들이 하나둘 씩 나에게 맞춰지니까 다른 부분들도 자연스럽게 맞춰지면서 결과가 나오고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변화는 밸런스와 회전에 따른 따른 팔 각도의 자연스러운 변화다. 지난 2년 간 사이드암으로 팔 궤적이 나왔지만 현재는 약간 올라간 상태다. 김유영은 "최대한 위에서 아래로, 수직 회전을 한다는 느낌으로 투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1년 반을 낮게 해서 던졌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좋은 쪽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기술적인 부분보다 마음가짐과 시선을 달리한 것이 현재 시범경기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는 "어떻게 해야 야구를 잘 할까 생각했는데, 그동안 나는 다른 팀 선수 등 항상 먼 곳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우리 팀에도 본받을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루틴이나 징크스 등을 세심하게 지켜봤다"라며 "그래서 선수들을 보며 하나씩 얻게 됐고 나에게 적용을 하고 있는데, 결과도 좋아서 나 스스로에게도 확신이 생겼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구체적으로 영감을 받은 선수들을 언급했다. "(김)원중이 형은 트레이닝부터 프로페셔널하다. 또 정말 전쟁터를 나간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더라. (구)승민이 형은 두뇌피칭을 잘 한다. 그동안은 내 기술과 자신감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승민이 형을 보면서 타자와의 기싸움과 볼카운트 싸움이 있고, 확신을 갖고 던지는 공과 불안한 생각을 하며 던지는 공의 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또 (박)세웅이는 몸을 잘 쓰는 친구이고 스피드도 잘 나온다. 그런 것을 많이 물어봤다"라고 설명했다.
야구에만 매몰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털기 위해 취미 생활도 다시금 시작하려고 한다. 평소에도 독서에 흥미가 있었는데, "올해는 한달에 1권씩 읽어보자고 약속했다"라면서 "야구 말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압박감을 벗어나려고 한다. 원중이 형이 게임을 취미로 해서 같이 해볼까도 생각 중이다"라고 웃었다.

그리고 또 하나, 김유영의 성장을 자극하는 선수는 NC로 이적한 손아섭이었다. 최준용, 나승엽 못지 않게 손아섭과 막역했던 사이가 김유영이었다. 손아섭은 입단식 당시, "김유영 선수가 팔 타점이 낮다. 왼손타자 몸쪽으로 공이 말려서 몸에 맞을 위험이 높다. 피하고 싶다"라고 했다. 친한 사이이기에 가능한 독설이었고 또 후배를 자극하는 말이기도 했다.
김유영은 "(손)아섭이 형은 어릴 때 독설에 자극을 받고 이겨내며 성장했다. 그래서 저를 독하게 키우는 것 같다"라면서 "그래서 저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꼭 인정 받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웃었다.
프로 입단 9년차, 그동안 보여준 것이 많지 않기에 현재 시범경기 활약에 더 주목하는 이유다. 그는 "그동안 결과가 안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배움과 발전이 있었다.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지금 내가 준비했던 결과가 나오니까 확신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긴다. 정규시즌에서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일단 저 스스로에게 자신이 생겼다. 하루하루 잘 던지고 아프지 않게 트레이닝을 잘 하다보면 결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활약을 다짐했다. /jhrae@osen.co.kr
